Page 3 - 도연 개인전 2024. 10. 16 – 10. 22 가온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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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도연 작품집 ‘생각의 형태’에서 발췌)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중학생 입시 생활을 거쳐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인 수작업 형태의 작업 방식을 가지게 되
었다. 내가 들어간 고등학교는 다양한 미술 재료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예술적인 환경이 비
교적 잘 갖추어진 곳이었다. 이러한 특성 덕에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시도할 수 있었고, 나
만의 개성 찾기에 고민하면서 창작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한때 관심을 둔 분야는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많은 의미를 담기보다는 전체적인 형태나 화면의 구성, 색감, 개성적인 표현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주로 중점을 두었다. 이후 변화가 있었다. 더 정교하게 의도
를 담기 위해서는 캐릭터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좀 더 그림의 배경
을 이루는 세계가 단단해지고 재미있는 구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넘어선 세상에 대한 탐구로 확장했고, 색다른 시각으로 나만의 경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영감을 얻는 나만의 방식
보통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노트에 떠올린 생각을 정리해 적는다. 일반적인 접근 방식보
다는 좀 다른 시각으로 대상이나 주제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질문하다 보면 재미있는 주제
가 나오고는 하는데, 주로 이때의 영감을 옮겨 놓는다. 딱히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것은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영감의 대상이다. 가령, 바람에 따라 눈이 흩날리는 게 아
니라 눈송이 자체가 비행을 의도한 것이라면? 즉, 눈송이에도 생명이 있고 자아가 있다면
목적지가 어딜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되도록 배제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노트에 정리하다 보면 그림의 주제나 내용이 잡힌다. 그러고 이를 채에서
걸러내듯 불필요하다 싶은 것은 내보내고 핵심적인 것만 남겨 둔다. 그다음 표현 대상(주로
동화 속 세상 30.2x20cm
영혼, 꿈, 감정 등 추상적이고 무형적인 것)을 즉흥적으로 스케치하고, 이를 다시 정리해 화 켄트지에 수채화, 파스텔, 색연필 2018
면에 형상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