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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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산수(遊於山水)-인왕제색 25-01, 72.7×91cm, 장지에 수묵 채색, 2025
종의 통로를 만들어 놓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일상의 삶, 즉 실경으 해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것 같다. 그렇기에
로 그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현실 삶을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단지 겸재 정선이 그려냈던 이미지, 즉 실경 산
그로부터 한걸음 비껴나서 현실 너머를 향해 호흡하고 생명력 있게 살아가고 수의 회화가 아니라 작가가 겸재 정선이 자연을 찾아 다니며 경험하게 되었
자 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갈망을 하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탈출 던 것으로 추측되는 세계, 즉 자연 속에서 감각하게 되었던 세계를 자신의 작
구와 같은 통로였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자연을 거닐게 되었을 때 업 안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경 산수 회화에서 전해지는 자
그때 감각하게 된 자연이 그러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느꼈던 것이며 그러한 연의 이미지는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세계의 실상은 그것 이상의 세
이미지의 상징이 작업에서 구름으로 옮겨가게 되었던 것이다. 계일 수 있음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실경 산수 너머, 시각적 감각세계 너머를 향해 시선을 가져갈 수 있도
작가가 자연을 걷게 되었을 때 그 걸음은 가볍게 노니는 걸음걸이로 느껴졌 록 산수의 이미지 사이에 자신만의 알레고리적 기표를 먹으로 어둡게 그려놓
었고 이를 작업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언제부턴가는 이로부터 감각하게 된 것 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가가 감각하게 되었던 것들을 구체적으
들이 일상의 시공간으로부터 초월하여 초현실적 공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 로 표현하기 보다는 붓의 움직임 속에 숨겨 놓은 것을 보면 관객들이 그 지점
개체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겸재의 진경 산 에서는 눈을 감고 심안(心眼)을 통해 감각의 통로이자 감각 너머를 향한 통로
수를 인용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기표를 가져오는 것과 동시에 겸재가 실경들 로부터 미지의 세계를 직접 감지해 보기를 원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을 찾아 산과 들을 거닐며 느꼈을 자연에 대한 감각의 기표를 중의적으로 가 박소영 작가가 그려놓은 구름을 보다 보면 그것은 눈 속의 맹점처럼 현실적
져오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그 산수의 이미지 속에 구름의 이미 감각의 사각지대일 수 있겠으나 이는 동시에 감각 너머를 향해 열어놓은 통
지를 삽입함으로써 작가는 이 이물질처럼 개입된 신호를 통해 현실을 지시 로가 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자연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공
하는 이미지들이 사실 기표적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 간을 초월하여 자연을 감각해 볼 수 있도록 열어놓은 비상구와 같은 심리적
같다. 그러므로 실경을 그려낸 산수의 이미지에 의도적으로 개입시킨 구름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가에게도 역시 이 통로가 현
이미지는 현실의 공간을 지시하는 연결고리를 풀어헤치는 매개물이 되어 그 실의 삶을 살아가다가 자연을 거닐며 찾아낸 쉼과 놀이의 공간이 되었기 때
곳이 비현실적 공간일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각성시키는 장치가 되고 있다. 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산수의 이미지와 함께 그것의 매개체로서의 통
작가는 어느 순간 구체적 현실이 오히려 일루전일 수 있다고 보게 된 것이며 로를 유유히 떠가는 구름의 이미지를 통해 대리적으로 그려내고 이를 초월적
자연으로부터 감각되는 현실 너머의 초현실적 감각과 그로부터 유추되는 세 세계로 향하는 하나의 상징적 기표로 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그것이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시공간의 틀 너머의 본 전시에서 자신이 감각하게 된 쉼의 공간이자 놀이의 공간을 이와 같은 상징
래의 세계이고, 그것이 자연 그대로의 세계이자 원래 존재하고 있던 세계이 적 기표를 통해 안내하고자 하고 있다. 현실의 삶을 초월하여 인간과 세계를
었기에 결국 작가는 이를 통찰하게 만들 수 있는 기표를 자신의 작업 안에 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 현실과 겹쳐져 있는 현실 너머의 장을 마련하고
아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제 자신의 회화 공간에 상징적 통로를 열어 놓음으로써 자신의 작업을 감
상하는 이들 역시 시선과 사유를 집중하여 새로운 세계를 살펴보도록 자신의
이와 같은 이유로 박소영 작가는 구름이 자신의 회화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 회화 공간 안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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