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2025년 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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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계, 72.7x60.6cm, 천에 아크릴과슈. 동박. 자개, 2022 자연-경계, 72.7x60.6cm, 천에 아크릴과슈. 동박. 자개, 2022
의 숨겨진 의미들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전작부터 지속된 주재들에 대한 이 각형은 작가의 초현실 공간 속에 또 다른 가상공간을 설정한다. 선이 만나 면
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을 만들고, 면이 모여 공간을 만드는 것은 조형원리의 기본이다. 하지만 조현
동의 작업에서는 면이 조합돼 완성된 다면체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순환하는 시간 속 현재 〈공감-채집〉 그보다는 각각의 면들이 보유한 세계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면 위에는 꽃이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메시지는 오히려 〈공감-채집〉시리즈에서 더 강 피어나고 사라진다. 또 어떤 면은 동그란 자개들이 경계선에서 연속성을 잃고
해진다. 〈공감-채집〉에서는 온전히 화병에 담긴 꽃이 정물화 형태로 표현 끊어진다. 최근 작업에서는 격자무늬로 표현되거나 수묵화의 풍경이 면 안으
되었다. 정물은 역사적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크게 유행했다. 네덜란드 로 들어오기까지 했다. 각 면은 도형을 이루기 위한 파편으로 존재하는 것이
의 화가 얀 브뤼겔(Jan Brueghel), 발타자르 판 데어 에스크(Balthasar van 아닌 각각 다른 세계의 일면들인 것이다. 또한 차원을 넘나드는 경계로 기능
Ask)는 다양한 정물들 중에서도 특히 꽃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꽃이 만개한 한다. 다면체뿐만 아니다. 배경에 무늬처럼 존재하는 원색의 원에도 새와 나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곧 시들어버릴 미래를 안타까워하기도, 자연의 이치를 비가 드나든다. 마치 차원 이동이 가능한 웜홀(Wormhole) 같다. 이로써 작가
인정하기도 했다. 조현동 작가가 〈공감-채집〉에서 그린 화병과 꽃 또한 ‘지금’ 는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 화면 안에 가두기보다 원과 사각의 면을 통해 외부
과 ‘현재’를 상징한다. 때문에 현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했다. 조현동의 작업 로 확장시킨다. 다면체는 단지 조형 요소의 추가가 아닌 미적이고 철학적인
은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 즉 윤회(輪廻)의 동양적 세계관에 기초하지만, 이는 시선의 확장이자 조형적 확장의 시도다.
인생의 허무함과 무상함을 뜻하는 바니타스(Vanitas)라는 서양적 상징성과
도 맞닿아 있다. 또한 〈공감-채집〉작업의 배경에는 바닥 경계가 없고 그림자 조현동은 ‘조화(調和)’의 작가일 뿐만 아니라 ‘조화(造化)’를 만드는 작가다. 후
도 배제되어 있다. 앞선 〈자연-순환-이야기〉연작과 연결하여 초현실적 세계 자인 조화(造化)의 사전적 의미는 ‘만물을 창조하고 기르는 대자연의 이치’
를 전제로 한 것이다. 조현동의 꽃은 단지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를 넘어 동양 다.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부터 꽃과 생명을 중심으로 자연속의 다양한 이야
적 세계관과 서양 철학의 조화 사이에 있다. 기, 우리의 삶과 시간 속에 담긴 의미들을 조화(調和)시켜 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삶의 이치, 우주 만물의 질서를 읽었다. 그 질서 안
차원의 확장 〈자연-경계〉 에서의 미의식을 탐구하고 차원을 확장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결
작가는 2014년부터 〈자연-경계〉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더욱 국 조현동의 작업에서 모든 창조물은 미(美)를 위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
확장시킨다. 〈자연-경계〉는 앞선 〈자연-순환-이야기〉 그리고 〈공감-채집〉 고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자연과 조화(調和)하고, 회화적 세계를 조화
의 요소를 집대성하면서도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시리즈다. 표면적으로 가장 (造化)하는 작가인 것이다.
큰 차이점은 도형 형태를 한 기하학적 요소의 등장이다. 투명한 듯 보이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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