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3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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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문자 편집장)
                                                                          ar
                                                                           t1004@hanmail.n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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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IT PASSED,AND THEN... 116x80cm, oil on canvas, 2018  나들이, 162x97cm, oil on canvas, 2016





            그래서일까. 아이가 존재하는 그림 하나하나는 비현실적인 장치로 꾸며진          외로움이 읽힌다.
            다. 복고적인 향수를 자극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마치 투명한 베일처럼 드리        아이를 감싸는 외로움은 때로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추억과 결부시키는 동기
            워져 있다. 아이가 존재하는 상황에 관한 설명은 없고, 다만 무언가 흐릿한 이     가 된다. 그러기에 애틋함이 느껴지고 문득 아이를 감싸 안아주고 싶은 감정
            미지가 화면을 덮고 있다. 그처럼 모호하게 처리되는 이미지는 아이를 현실        이 동요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는 특정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가 겪었던
            적인 공간으로의 진입을 차단하는 장치이다. 어떻게 접근하던지 농후한 비현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의 초상화일 수 있다. 그는 이와 같은 우리들의 어린 시
            실성을 거두어 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어쩌면 이러한 시각적인 이미        절 초상화 속의 아이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넨다. 이는 사랑해주고 싶은 아이에
            지는 지나간 시간의 반추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        의 진심 어린 헌사이다. 그림 하단에 꽃송이를 슬며시 끼워 넣는 것으로 그 자
            음을 뜻하는 건 아닐까.                                   신의 어린 시절 또는 우리의 정서적인 공감을 유도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과거라는 시제를 분별하기 어려울 만큼 현실감이 느껴지기
            배경에 흐릿하게 표현된 이미지들은 현실로부터의 먼 과거의 시간임을 의미         도 한다. 이는 밝고 화사한 이미지, 즉 현실적인 색깔로 보여지는 경우의 작품
            한다. 선이나 의미한 실루엣 이미지, 추상적인 터치, 쓸쓸하게 자리하는 기하      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아이의 모습은 무언가 애틋한 감정을 일으키는 과
            학적인 선들, 에스키스 같은 나무 이미지, 실루엣 인물들 그리고 복고적인 색      거의 시점과 달리 현실적인 분위기를 담는다. 거위와 노는 아이, 머리에 리본
            채 등의 배경이 그렇다.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표현 및 이미지를 통해 추억의      을 달고 손에 꽃을 든 아이, 발레를 배우는 아이, 고양이 자동차를 타고 노는
            어느 시점에 서게 된다. 차가운 현실에의 도피일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일    아이, 형광색 안경을 쓴 아이, 과자봉지를 든 아이, 비둘기들과 노는 아이와 같
            상적으로 부딪치는 차가운 현실로부터 과거의 시간으로 회귀하고픈 건 자연         은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스러운 일일 수 있다. 따라서 그 자신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셈이다.      그의 조형적인 감각 및 기술은 일반성을 뛰어넘는다. 그런데도 기술을 드러
            그는 이러한 심적인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법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그        내려 하지 않는다. 기술을 감춤으로써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이 선명히 드러
            자신의 개인사적인 소소한 일상의 편린일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은 퇴색한 사        난다. 이는 시선을 자극하는 대신 감정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인물 묘
            진과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못한다. 어린 여자아이에 현실의 그 자신이 오버        사가 뚜렷하지 않으나, 실제를 능가하는 묘사력이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에서
            랩하는 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모르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에도 때       감성적인 흡인력을 발휘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상보다는 그 이면에 은거하
            로는 쓸쓸함이 깃들일 수 있다. 이는 어른의 시각이라서가 아니라 자의식이        는 심미 표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명료치 못한 아이일 때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외로움이란 어      궁극적으로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동하면
            떤 형태이든지 아이의 모습에 슬며시 끼어들 수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그런       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며, 그림의 진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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