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귀화 초대전 2024. 11. 25 – 12. 8 금보성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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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화, 추상 표현주의 언어와 공간
글 : 금보성(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백석대 교수)
추상표현주의 자연과 교감 상으로 삼아, 그 안에서 내면을 탐구하고 추상적 언어로 풀
추상 표현주의적 성향과 자연에 대한 심미적 접근은, 자연 었다. 그녀의 작업에서 자연은 생명력, 재생, 그리고 순환의
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이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상징으로 다루어지며, 이 모든 요소가 추상적 조형 언어이
방식에서 독특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다. 추상 표현주의는 감정과 행위의 직접적인 발현을 중요
신앙 고백적 측면,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인간 내면의 본 하게 여기는 예술 사조로, 작가는 원리를 적용하여 감정의
질을 깊이 성찰하는 철학적 접근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매개체로 사용하며 인간과 통합적 조화, 감정과 영혼의 자
모두 자연을 단순한 재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연과 인간 연적 반영, 본능적이고 원시적인 미학적 표현 방식은 자연
의 상호작용을 추상적이고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하 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며, 그 과정에서 추상 표현주의와 신앙적 고백이 서로 교차 작가의 작업에서 신앙 고백과 자연을 연구하는 방식은, 철
하는 지점을 형성한다. 이귀화 작업에서 자연은 단순히 아 학적 사유와 맞물려 있기에 방향성을 띠고있다. 인간 존재
름다운 장면이나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과 내면을 투 와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감정적 에
영하는 거대한 존재로 다뤄진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강조된 너지를 신앙적 고백과 인간의 존재를 사유하는 매개체로 풀
‘잡초’라는 소재는 생명력, 회복력, 그리고 인간 존재의 소박 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이귀화 작가는 작가로서 드러내고
함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의 요소를 통해 인간 존재의 자 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 내면의 통합을 화면에 옮기
본질을 성찰하는 철학적 기반이다. 이귀화는 자연을 신앙 는 고백이다. 자연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복합성을 드러내며
의 한 표현으로 보며, 자신이 창조한 작품 또한 하나님의 창 조형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표현주의 작가들이 숨기
조물에 비할 수 없다는 점을 겸손하게 고백한다. 이는 인간 고자 하는 언어일수 있지만 이귀화 작가에게 자연의 원초적
의 창작 행위가 자연의 거대한 질서 속에서 하나의 작은 행 에너지와 인간의 본능을 직관적으로 결합시켜, 자유로운 감
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그의 붓질은 자연의 흐름을 그 정의 폭발을 통해 융합하는 시도는 더 확장하리라 생각한
대로 담아내며,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이는 자연과 인간의 다.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조형적 도구로 작용한
자연과 신앙의 본질
다. 그 안에 숨겨진 생명력과 에너지를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귀화 작품 세계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
돋보인다. 이러한 작업은 추상 표현주의의 특징인 감정의
하는 동시에 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기반으로 창조적 조형
직접적인 발현과 연결되며,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조화이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작가노트에서 드러나는 핵심
다.
개념은 ‘자연’이라는 주제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
자연을 인간의 감정과 영혼의 반영으로 보고, 이를 표현하 된 조형적 사고이다. 자연을 단순한 물리적 환경으로 보는
는 과정에서 강렬한 색채와 형태를 사용하여 내적 감정을 것이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거대한 생태계로 이해하며, 그
드러낸다. 그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 안에서 존재의 위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승
에 담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정적 충격을 시각적으로 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작가노트에서 하나님이 지
풀어낸다. 이는 자연을 철학적, 신앙적 맥락에서 접근하며, 닌 창조의 주권에 대한 언급을 하며, 자신이 창조한 예술 작
자연의 형상이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연 품이 하나님의 창조물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자연을 어떻게
의 힘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추 바라보는지 잘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로서 각자 고유한 자리
상 표현주의의 핵심 원리인 감정과 행위의 직접적인 발현과 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로 엉키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는 존
맞닿아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본능을 더 재와 인간도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 주어진 자리에 놓여져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의 생명력과 감정의 있는 것으로도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증폭이다. 자연은 인간 내면의 원시적 감정을 상징하는 역 ‘조형 언어로 집적된 천품의 결과물’로 설명하며, 조화로운
할을 하며,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된 상태를 구 질서에 대한 관계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현한다. 자연을 신앙적 고백과 연결시키며 더 본능적이고
자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추상 표현주의와 밀접하게 맞
직관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닿아 있으며, 추상 표현주의는 감정적 에너지를 시각적으
추상 표현주의가 지닌 감정적 에너지가 자연을 매개로 발현 로 표현하는데 주목한 예술 사조로 인간의 내면을 결합하여
되었다. 모두 자연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정적, 철학적 대 표현하는 특징이 있으며 자연의 요소를 단순한 물리적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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