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귀화 초대전 2024. 11. 25 – 12. 8 금보성아트센터
P. 4
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안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에너지 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색채의 감각적 사용과 붓질의 강렬
와 그 힘을 조형 언어로 시각화하는 것이 그녀가 표현하고 함이다. 앞서 초록에 이어 녹색은 그의 작품에서 중심적인
자 하는 중심이다. 특히 작가가 추구하는 이분법적인 구분 역할을 하며, 풀잎의 소리와 향기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을 넘어서서, 정신적 균형과 융합을 지향한다. 그녀는 자연 풀의 생명력과 고요한 슬픔이 묻어나는 듯한 느낌을 전달
을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 한다. 작가는 “풀의 소리를 듣다”라는 말을 통해 자연과의
재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발견하고자 깊은 연결을 강조하며, 작품 속에서 풀과 같은 소박한 자연
한다. 이는 단순한 관조가 아닌, 그가 ‘자연과 인간의 융합’ 의 요소들이 그 자체로 가진 생명력을 추상적으로 표현하
을 작품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자연 고 있다. 녹색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주며, 마치 자연 속에
의 형태와 흐름을 자신의 영혼과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자 서 흩어져 있는 듯한 풀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느껴진
연이 지닌 위대한 의미를 작품을 통해 시각적 경험으로 표 다. 이러한 색채와 붓질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호흡하는 순
현하였다. 이러한 철학적 성찰은 독일 표현주의 작가 헤르 간을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추상이 어려운 것은 작가
만스(Hermann Scherer)의 작업과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만이 가진 미학적 언어로 사물을 기호나 문자로 표현하기
있다. 헤르만스 역시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때문에 난해한듯 싶지만, 도리어 작가에게 한발 가까이 다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감정과 영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가간다면 너무도 편안한 쇼파에 기댄듯한 익숙함과 새로
두었다. 자연은 그에게 있어 감정적, 영적 상태를 반영하는 운 작업을 기다리는 마음이 생긴다. 작가의 표현은 단순히
거울과 같은 역할을 했으며, 이는 그녀가 생활하는 자연과 시각적 자극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녀는 자연을 통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전달하려 한다. 그는 풀과 같은 평범
해 자신의 내면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접근하며 이를 조형 한 자연 속의 존재들을 심미적 대상으로 재조명하며, 그 속
적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또한, 작가의 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요함, 슬픔, 그리고 생명력의 순환을
작품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흐름과 내적 에너지는 추상 표 시각화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작품 속 풀은 단순한
현주의의 대표적 특징인 ‘행위의 표현’을 통해 더욱 명확하 자연의 일부가 아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상징으로, 자연
게 드러낸다. 추상 표현주의에서는 작가의 신체적 행위와 과 인간의 교감을 추상적인 언어로 풀어내었다. 다만 작가
그로 인해 생성된 시각적 흔적이 중요한데, 이는 작품에서 가 표현하는 풀과 관객이 마주한 풀은 차이가 있다. 시각적
사용된 굵고 강렬한 붓질과 같은 행위적 요소와도 연결되 인 풀을 기호나 상징적 부호로 변환하였기에 관객들은 간
며, 그의 붓질은 자연의 힘과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 혹 작품 앞에서 헤메이는 것이 시각적 풀을 찾고자 함이다.
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영적 에너지를 표현하 이 시점에서 예술이란 보이는 것을 그린 것도 있지만 풀의
는 도구로 작용한다. 내면을 그린 작가의 상상에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귀화 작품에서 색채의 변화도 주목한다. 특히 초록색 톤 카렐 아펠은 코브라(COBRA) 그룹의 일원으로, 자연을 원
은 자연의 생명력과 활력을 상징하며, 그녀가 추구하는 자 초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으로 격렬한 색채와 형태를 통해
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출했다. 아펠은
요한 역할을 하며, 초록색은 자연의 본질을 드러내는 동시 자연에서 비롯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강조하였다. 그의
에,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 작업은 격렬한 붓질과 색채를 사용하여, 자연 속에서 느껴
타낸다. 이러한 색채의 사용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자연의 지는 불안정하고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였다. 즉흥성과
재현을 넘어서, 자연과 인간의 깊은 철학적 사유를 반영하 자유로움을 특징으로 하며, 자연을 그리기보다는 자연이
는 중요한 조형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 인간 내면에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려
이 추상 표현주의적 전통과 우리의 오랜 전통적 정신과 결 했다. 그는 추상적인 형태 속에서 감정적 에너지를 폭발적
합하여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으로 드러냈으며 생명의 원초적 본능을 강조하고, 자연의
강렬함을 색채와 형태의 혼란 속에 담아냈다. 이귀화와 카
자연의 목소리와 색채의 향연 렐 아펠은 모두 추상표현주의를 통해 자연을 탐구하지만,
작가는 자연의 생명력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섬 그들의 접근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녀는 자연의
세하게 포착하며, 그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할뿐이다. 표 고요한 생명력을 색채와 붓질로 표현하며, 자연과의 조화
현되는 이미지 속에 감춰진 작가의 속내를 순간 알아 챌수 로운 관계를 강조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없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단순하지 않고 가볍지 않음과 마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추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주할것이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 속 풀과 같은 일상적인 소 면, 카렐 아펠은 자연을 인간의 감정적 해방의 수단으로 사
재들을 다루면서도, 단순한 재현이 아닌 감각적인 추상 회 용하며, 그 속에서 원초적이고 격렬한 감정들을 표현하였
화를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시각적으로 단순화 시킨다. 작 다. 이귀화 작업은 여전히 자연의 고요함과 생명력의 순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