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P. 48
미리보는 전시
달과 바람과 그리고 구름 3, 94x102cm Acrylic on canvas 2023 달과 바람과 그리고 구름 20 45.5x53cm Acrylic on canvas 2023
2023. 11. 27 – 12. 6 갤러리모나리자산촌(T.02-765-1114, 인사동)
자연에서 인간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의 회귀 이라는 작품 연작으로 귀결된다. ‘인드라망(因陀羅網)’은 인도 베다(Veda) 신
화에 나오는 비와 천둥의 신인 인드라(Indra, 범어로는 indrajāla)를 웅장하며
김연식 초대전 위엄 있고 엄숙하게 둘러싸며 펼쳐진 그물이다. 이 망의 연결 고리인 교차점
에는 보배 구슬이 달려 있어 서로를 비추어 끝이 없는 연기(緣起) 관계를 맺
고 있다. ‘인드라망’은 화엄경에 등장하는 연기법(緣起法)의 세계관을 상징적
으로 드러낸다.
글 : 김광명(숭실대 명예교수, 미학/예술철학)
제1악장 <컵 속의 무한 세상>의 작품 전개에서 평론가 고충환은 ‘자연의 지
‘교향곡: 인드라망’과 기승전결의 전개 과정 문 혹은 풍경의 지문 같은 것’으로 읽는다. 시간의 연륜이 쌓이며 자연스레 형
정산 김연식은 4회에 걸친 <관조+명상> 전(2000-2011)에서 불교적 침잠과 성된 고유함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시적이며 동시에 거시적인 풍
무욕의 세계를 표현하였고, 5회에 걸쳐 <구스타프 말러의 몽유도원도> 전 경의 중첩된 연상을 본다. 추상과 구체적 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아가 미
(2012-2016), 한국과 미국에서 5회의<색즉시공, 공즉시생>전, 그리고 2회에 시세계와 거시세계가 서로 연결되면서 감각적 현상과 이념적 실재가 혼합하
걸쳐 <드뷔시의 달빛> 전(2011-2012)에서는 그의 음악관과 회화관이 하나 는 경계의 풍경을 보여 준다. 제2악장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는 평론가
로 연결됨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음악과 미술은 물론 음식까지도 한 뿌리이 이선영이 지적하듯, 색의 입자들이 파동을 이루며 출렁이고 굽이치며 부딪히
고 한 줄기로 연결돼 있다. 볼륨이라든가, 콘트라스트라든가, 미디엄이라는 고 만나는 경계들이 유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산 김연식의 작품에서 색
용어가 이 분야에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음악 은 무한한 입자의 연속성으로 이루어진 파장의 모습이다. 작품의 주요 형식
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주로 오선지를 삽입한다든가 은 개별적인 선이나 띠가 아니라 연결된 그물망으로 은유 된다. 거기에서 생
악기를 형상화하는 직접적인 표현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나 태계는 생명의 그물망을 이루며 성장·발전한다. 이미 2014년에 제작했던 거
는 밝고 어두운 것, 길고 짧은 것, 가볍고 무거운 것 등의 대비만으로도 충분 대한 구 형태의 설치작품은 1,600개의 투명한 줄에 매달린 면도날 48,000개
히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음색의 를 이용해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을 비추고 있으며, 면도날의 반사면들은 모
명암(明暗), 음 지속의 장단(長短)과 경중(輕重)의 대비는 ‘교향곡: 인드라망’ 든 상을 거울처럼 투영하여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46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