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1년 11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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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집으로" 송형노
정에서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제안을 받고 구입을 고민하 획하고 전시를 만들면서 다양한 문화파티를 기획한 셈이다. 에바 관장은 강남
자 어떤 사정모르는 지인이 “홍라희 관장이 갖고 있으면 가짜를 갖고 있어도 양재동 SU갤러리를 경영하였다. 라틴 현대미술을 기획한 ‘송라예술숲미술관
진짜로 보겠지만, 에바황이 갖고 있으면 진짜도 가짜라고 오해받을 수 있으니 오픈기념’ 전시와 중국 칭화대작가 9명과 한국작가9명을 직접 연결하는 ‘한중
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그 사실에 분노한 후, 에바황은 자신이 아무리 좋 문화교류’전을 직접 기획하여 대중과 전문가들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
은 컬렉션을 가져도 성공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라일락은 번이 마지막이고 싶은 ‘문화나들이’, 이제는 ‘더레드 뮤지엄’을 설립하여 앞으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고, 팔려던 사람은 후에 그 작품을 신촌의 한 병원에 기 로의 큰 뜻을 펼치겠다는 포부이다. 에바황의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큰 감동
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때 다짐한 것이 바로 허영과 욕심의 성공이 아 을 주는 것은 인사동 라메르에서 열린 안려원의 개인전에서 있었다. 안작가의
니라, 가치의 성공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생각을 알기에 주변인들은 색채에 매료된 황관장에게 아무런 사심없이 쉬민케(SCHMINCKE)라는 물감
황관장에게 더 좋은 작품 하나라도 건네주려고 마음을 쓴다. 브랜드를 알려준 것이 계기였다. 항상 색채 등을 쫓아가는 지적 욕구를 알려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은 작가가 가진 순수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
그렇다면 왜 설립하려는 미술관의 이름이 ‘더 레드’인가? 이에 대해 황관장은 “ 다. 사람을 향한 관계의 믿음은 ‘더 레드’ 뮤지엄을 향한 작가의 순수한 동력이
붉은 색(더레드)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치의 발란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색에 된 셈이다. 레드뮤지엄으로 여정
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색이 좋은 일을 일으킨다는 믿음은 우리
모두를 위한 조화와 평화를 예술로 공유하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킵니다. 뮤지 가치를 찾는 예술후원의 길, 컬렉터 전시로 이어지다.
엄을 내려는 이유도 같습니다. 안에 어떤 컬렉션이 있을지언정 (작고 사소한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마크 로스코의 대형판화, 왕쯔지에(
컬렉션이더라도) 타이틀을 뮤지엄이라고 정한다면, 세상의 모든 레드(내 소장 계집아이 시리 ), 플로라 훵, 잰트리 맥망 같은 국제적 작가들의 컬렉션과 이정
품)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려는 에바황 컬렉션을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규, 황호섭, 국내 1세대 작가와 정찬부, 이수, 송형노, 심주하, 박준상, 아이야
실제 인천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페어는 세계적인 문화도시 송도로 기, 김지선, 이상미, 이동욱 같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젊은 갤러리스트인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페어 한감독과 유국장은 황관장의 참여를 권유 갤러리아이엠 정경아 대표도 이번 에바황 관장과의 협업을 ‘예술후원’의 측면
했다고 한다. 판매목적이 아닌 소장한 작품을 소유가 아닌 가치로 향유하려는 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청년작가를 후원하는가? 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70세의 잔치 같은 ‘주는 전시’로서의 가치는 시인 폴 발 술을 즐기는 기존권력들은 인상파 정도의 수준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때문이
레리(Paul Valery)가 이야기한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 다.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컬렉터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아라”라는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에바황은 지금까지 유슈의 해외전시를 기 는 에바 관장의 철학은 “청년작가 후원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예술계가 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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