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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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house on the hill 1-2,  162×97cm, oil on canvas, 2015




             야경 속에 감추어진 기억과 동경의 정서적 변주
            박종인 초대전



            글 : 김명숙 (문학박사, 미술사)






            2020. 5. 31 – 6. 17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house on the hill 1-32,  65×91cm, oil on canvas






            박종인 작가의 작품은 처음 보는 순간 마음을 사      예술작품은 하나의 사물인 동시에 느낌을 위한 유      작가의 작품 시리즈 ‘언덕위에 집’들은 비탈진 공
            로잡는 유혹적인 데가 있다. 단조로울 수 있는 어     혹이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명제에 매우 충실하     간의 특수함 때문에 대체적으로 시야가 트여있다.
            둠의 공간에 가까이 또는 멀리 우리네 삶의 불빛을     다. 작가가 밤 풍경을 주로 그리는 이유는 어둠 속    시야가 트여 있다는 것은 그와 비례한 삶의 속살
            배치함으로서 그림에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속삭      에 감추어진 은밀함과 내밀함에 대한 끌림 때문이      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평지의 주택들에서 볼 수
            임이다. 그곳의 누군가가 삶의 이야기를 들고 말을     라고 말한다.  어둠은 평면이 아닌 심연의 깊이가     있는 획일적 구조와는 달리 그 지리적 조건에 의해
            걸어오는 듯하다. 더 매력적인 점은 구성요소의 자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작은 붓으로 무     매우 불규칙 적이다. 형태 또한 질서 정연할 수가
            기주장보다 감춤으로서 상상의 여백을 크게 확보       수히 많은 점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어둠을 그려내      없다. 좁은 공간에 자리 잡기도 하고 때론 비탈에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공간배치가 시원스럽다. 언     고 있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인 여명 또는 해지고     간신히 얹혀 지어진 자투리 가옥이 되기도 한다.
            뜻 보면 비어보이지만 사실 가득 차 있기도 하다.     난 밤풍경인 작품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
            그러한 여백의 공간은 각자가 경험한 시간과 공간      여 보이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대상을 깊이 들여     언덕 위의 집들은 가난을 이야기 하거나 혹은 부를
            의 공감대가 다르더라도 폭넓은 포용력으로 정서       다보고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출까를 결정하       과시한다. 어렵고 가난해서 위치하기도 하고 엄청
            적 객관성을 획득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기억      고 필요이상의 요소들을 과감히 생략한다. 작가는      난 부를 가지고 자리하기도 한다. 극명한 부와 가
            속에 떠올려진 아련함과 교감한다. 유년의 기억에      드러냄을 다음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난의 형태가 드러나는 한낮이 지나 밤이 찾아오면
            서 향수 또는 동경에 이르기 까지 .......                                      오직 불빛만으로 우리 삶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우
                                            ‘호수나 연못의 깊이가 얕다면 하늘의 모습이 담기     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질량이란 겉으로 보이
            박종인 작가의 이번전시는 그동안 작업했던 ‘언덕      질 않는다. 또한 호수가 물결을 일으켜 파도를 드     는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오직 창문 속에 감
            위에 집’시리즈와 일부 창밖의 야경을 그린 반구상     러내도 하늘을 담을 수 없다. 호수의 물깊이와 고     추어진 삶의 내용이 어떠한가에 달려있을 터이다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      요함으로 인해 하늘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의 푸른색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서 대상의 다양함       역설적으로 감추어야 제 깊이를 더 드러낼 수 있      작가가 집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차별
            에도 작가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며 정서적 느낌      음을 시사한다.’ 이것이 작가가 추구하는 드러냄과     이 사라지고 불빛만으로 삶의 내용이 전달되는 그
            을 유감없이 시사하고 있다.                 감춤의 미학이다.                       런 속삭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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