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샘가2025. 9-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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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은혜를 담는 그릇입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두 발로 서는 건
               아이의 어설픈 떨림
               생애 처음 겪는 균형의 모험이었다


               한 걸음을 떼기도 전에
               무릎은 바닥에 인사했고
               작은 입은 울음으로 패배를 적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울음을 실패라 부르지 않았다
               넘어짐은 배움의 첫 단어였으므로


               다시 일어서는 손짓 위에
               어머니의 손은 말없이 다가와
               넘어질 권리를 지켜주었다

               작은 발바닥에 밟힌 좌절들은
               다음 발걸음의 디딤돌이 되고
               넘어짐은 걸음의 연습이 되었다


               넘어질수록 일어나는 법을 배웠고            넘어짐은 낭비가 아니라
               무릎의 상처는 방향을 가르쳤다             몸에 맞춘 교과서였고
               포기는 아직 사전에 없었다               눈물은 답을 찾는 방식이었다

                                            이제 두 발로 걷는 아이는
                                            넘어졌던 만큼 넓은 세상을 밟는다
                                            처음보다 더 큰 꿈을 향해

                                            그러니 마지막까지 잊지 말자
                                            실패는 끝이 아니라
                                            은혜를 담는 그릇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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