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희재 초대전 2023. 8. 16 – 9. 15 일조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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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녀가 역설한바 있는 ‘자아와 세계의 탄생’에 있다.                                              있다. 각 신화에서는 일반적으로 구름을 성스러움, 풍요, 자연의 조화 등으로 해석한다. 또한 제주도 무속
                                                                                            신앙에서 구름은 천지창조의 첫 새벽에 등장하여 천지창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채운은 신성현시
               상상 속으로                                                                       (新星顯示)로서 거룩한 것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와 같이 구름은 비와 바람과 더불어 우순풍조(雨順風調)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련(悲戀)                                                     와 자연의 순조로운 조화를 상징한다. 특히 도교에서는 구름이 이내와 더불어 이상향 및 피안의 징표가 된
                또다시 그녀의 지하실 아틀리에에서 최근에 완성한 그림들을 감상했다. 갑자기 몇 점의 그림 속에서, 세                    다. 구름과 함께 곁들여 있는 골짜기와 산이 초현실의 자리를 뜻한다면, 구름은 초현실의 정신적 표상이
               찬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밭 속으로 환희와 격정, 그리고 절규가 뒤섞여 온 지구를 흔들어 놓는다. 그러면                    된다. 특히, 흰구름은 탈속의 심혼(心魂)으로 무심무아(無心無我)의 경지로 승화, 현실을 초월한 은일(隱
               서 나의 넋은 자연스럽게 상상 속으로 침잠해 갔다. 그것은 일찍이 독일 작가 클링어(F.M. Klinger)의 희곡             逸)의 경지를 표상한다.
               제목에 따른 호칭인 ‘슈트름 운트 드랑’(질풍노도, 疾風怒濤)의 문학풍이었다. 그 문학 풍토에서 괴테의 ‘젊                   무속 신화의 공통된 주제에 의하면, 태양은 태초의 혼돈을 정리하고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아주는 유일무
               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창작되기도 했다.                                                       이(唯一無二)한 존재로, 높은 곳에서 따뜻한 빛을 온 세상에 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구약성서에서는 태
                 오르페우스는 아버지 아폴론으로부터 수금 1대와 연주 기술을 전수받았는데, 그 수금 솜씨가 최고의 경                    양은 여호와의 창조 능력을 상징하며,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정의의 태양’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성
               지로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오프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름다운 연인인 에우리디케와 결혼하였다. 결혼 직                      스러운 주일을 “태양의 날(Sunday)”이라 하였다. 이처럼 신과 신의 창조를 상징하는 태양은 신성, 권위,
               후 에우리디케는 동무 요정들과 산책을 나갔다가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눈에 들고 말았다. 그 양치기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닌다. 또한 태양은 하늘의 중심, 나아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우주의 지고한
               가 에우리디케의 아름다움에 반해 말을 붙여보려 하자, 에우리디케가 놀라 달아나다 풀섶 독사를 밟고 물                     힘, 만물을 꿰뚫어 보는 신(神), 우주의 심장, 존재의 중심을 상징한다. 칼 융(Carl Jung)의 ‘정신분석’에 의
               려 죽는다.                                                                       하면 김희재의 흰 구름과 흰 태양은 결국 생명의 근원, 인간의 궁극적 전체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비련을 겪은 오르페우스는 떠돌다가 저승 왕 하데스와 왕비 페르세포네 앞으로 나가 수금을 반주로 노래
               를 했다. 깊은 감명을 받은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와 함께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단 조                    연두색과 녹색, 흰색의 수수께끼
               건을 제시했는데, 그 두 사람이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오르페우스가 고개를 돌려 에우리디케를 쳐다보면                        일찍이 체스킨(L. Cheskin)은 색이란 마음에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신의 응축적 표현을 그림이라고 한다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구에 거의 다 왔을 때, 오르페우스는 그만 뒤를 돌아보았고, 에우리디케는                    면, 그림에서 색채는 화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림과 색채 연구는 심
               다시 하계로 끌려 들어갔다. 이후 오르페우스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죽었고, 제우스가 그의 수금을 거두                    리학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와 같이 그림의 형태는 하나의 기호이며, 인간 의식의 현상을 파악할 수
               어 별자리로 박아주었다.                                                                있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이 표현하는 색채 이미지는 바로 그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의 상징
                 질풍노도와 같은 넋 놓고 숨 막히는 비련 속으로 한 사나이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도로 가 들여다                  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아파! 아프다니까. 날 놔, 날 놔줘” 불현듯 마음속을 울리는 김소월 님                 색깔은 가장 보편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로서, 대체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활동적이고 따뜻한
               의 “초혼”이 귓가를 맴돈다.                                                             느낌을 주는 ‘전진적인 색들’이고 또 하나는 수동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퇴행적 색들’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합친 것이 바로 녹색이다. 김희재의 화폭은 연한 녹색, 즉 연두색과 진한 녹색으로 꽉 메워져 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다. 여기서 연두색은 생명을 암시하지만, 녹색은 신비함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예지, 안식, 소박, 평화를 상
               못하였구나!...//...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부르는 소리 비껴가지만/하             징한다. 그리고 그녀의 연둣빛 장미는 미망의 숲을 지나 각(覺)에 이르는 ‘재상,’ ‘부활’의 과정을 표상한다.
               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흰색은 양가 의미의 공터이다. 즉 흰색은 어떤 색으로도 물들일 수 있으나, 한편 어떤 색으로도 물들일 수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없는 김희재의 지존과 견인 불발(堅忍不拔)의 심상인 것이다. 흰색은 삼원색(三原色)의 중심에서 그것들
                                                                                            의 차이를 중화시킨다. 따라서 색깔에 대한 완전한 근본이고, 그로부터 끝이며 또한 시작인 영원한 회귀성
               ◎ 하늘 · 땅 · 사람의 하나 됨                                                          의 변화를 진행하는 색깔이다. 따라서 흰 구름은 그녀의 무의식 속에 각인된 예술혼의 환유적 등가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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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과 태양                                                                       의 저변에도, 김희재 화백의 그림이 지상에서 천상에로의 비상과 동시에 지상과 천상의 합일을 상징하고
                 구름은 그 종류가 다양하여 솜털구름, 뭉게구름, 비늘구름, 먹구름, 열구름, 오색영롱한 채운(彩雲) 등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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