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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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vice-O-orbit, 61×25.5cm                                 Crevice-O-orbit, 76×50cm




            인한 힘이 추상 공간 속에 녹아나고 있다. 여기서 자연과 인간, 자아와 타자의     가 창틀이나 문에 매달려 있지 않고, 이런 여백과 같은 공간에 그려져 있다. 이
            균열이 사라지고, 틈이 메워지고 있다. (2007 개인전 서문)” 라고 지적하였다.   는 추상이 아닌 텅 빈 공간이며, 대상의 부재를 의미하기 보다 대상을 위한 단
                                                            순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빈 공간으로 배경은 형상의 고립화를 꾀하나,
            이러한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2009년 <균열>의 근작은 자아의 상징성을 더욱      주인공인 둥근 고리를 위한 순교자에 지나지 않는다.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철제의 둥근 고리가 섬세하면서 매끄럽게 묘사되고, 독
            립된 형상으로 공간에 존재하면서 힘있는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사실        아울러 이번 출품된 <균열-2009>의 대작과 소품 연직에서 둥근 고리는 현
            그가 선택한 문고리, 자체의 상징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고리가 갖는 의      상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반복repetition’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실제
            미보다 작가는 철제 문고리의 둥근 형태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모습을 발견       대상으로 문고리는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손잡이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대상의 의미보다 자신과 연결된 사물의 상징이 더 중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분신처럼 자기 몸이나 얼굴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여
            요하게 나타나고 있다. 둥근 고리의 형상은 존재하는 그대로의 자아이며, 고       기에 문고리를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하나, 둘, 셋 또는 1년, 2년. 해를 거듭하
            리를 통한 정체성 확인으로 상징적 가치를 갖게 된다.                   면서 반복되는 문고리는 독립된 형상으로 ‘나’ 또는 ‘자아’라는 철학적 개념으
                                                            로 접근해 본다
            특히 2009년 근작에 나타난 추상과 형상의 조형적 특징은 여백과 같은 ‘공간’
            의 확장과 형상의 ‘반복’이 주는 독특한 의미 해석이나, 먼저 배경으로 나타난     둥근 고리의 형상은 분명 독립된 존재처럼 고립되어 있다. 화면의 배경은 아
            공간은 초기 <균열, 2007> 작품에서 지적하였듯이 추상적 표현으로 모더니      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무채색이나 단색조의 텅 빈 공간이다 과거처럼 기하
            스트 학회에서 강조되는 평면상과 자기규정으로 설명되는 본질의 탐구이다.         학적 형태도 점차 보이지 않는다., 단지 넓은 여백처럼 텅 빈 부재의 공간처럼
            이것이 추상적 배경으로 나타나고 대상의 부재라는 절대적 추상으로 수직 띠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쓰임이 불명확한 달랑 매달린 둥근 고리는
            와 같은 줄무늬와 직선의 사각공간이 의도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간에 철       부동의 자세로 조그만 움직임도 없이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제의 동근 고리가 등장하게 되면서 배경의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갖게 한다. 이러한 상징적 형상을 통해 우리는 시대, 또는 사회에서 고립과 소
            이제 배경은 추상이 아닌 빈 공간, 화면의 여백처럼 의미를 부정한다. 문고리      외, 개인의 강박관념 등 심리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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