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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석과불식-1905, 가변설치 부분, 180×180×200cm, Wires And Seeds, Lighting, 2019 석과불식-1907, 가변설치 부분, 180×180×200cm, Wires And Seeds, Lighting, 2019
2019. 12. 5(목) – 12. 16(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T.02-580-1300, 서초동)
석과불식 (碩果不食) 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우리 전통의 우주 관념인 천원지방을 연상시키고,
미학적으로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과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
김동석 개인전 한 철학적·미학적 조형성이 작가의 씨앗 오브제 설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아래로 길게 뻗은 줄들에 엮인 수백 개의 씨알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조화롭게
엮여져 생명을 품은 객체이자 군집으로서 크고 작은 씨앗을 이룬다. 이상적
글 : 김이천 (미술평론가)
비례와 균형을 갖춘 군집의 거대한 씨앗 이미지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찬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는 식물의 생명체로뿐 아니
석과불식의 의미로 기획한 김동석 작가의 개인전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 이를 아우르는 우주이기도 하다. 스스로 싹을
의 작품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고, 특히 작품세계의 변천 과정을 이 틔워 나무가 되는 작은 씨알에서 만물의 생명을 품은 우주로 확산된 것이다.
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이다.
이는 씨알이 갖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본질 때문에 가능하다. 석과불식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 <주역>에 나오는 말로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여덢 번째의개인전을 가진 중진 화가다. 수차례의 개인전에서 그는 어머니의 남아 있는 마지막 ‘씨 과실’이다. 석과는 땅에 그대로 두어 새로운 싹을 틔워
땅, 길, 씨앗 등의 주제를 선보여 왔으며, 일관된 주제의식과 다양한 변주의 조 나무로 거듭나게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석과불식에는 추운 겨울의 역경과 고
형성이 돋보인 작품을 창작해 왔다. 난을 이겨낸 뒤 새로운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러
한 석과불식의 의미를 갖는 김동석 작가의 설치작품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이번 개인전도 같은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하지만, 종전의 회화 또는 조각
적 회화와 함께 설치작품이 곁들여진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또한 설치 씨알은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맺은 열매의 결정체다. 그것이 땅속에 묻히면 움
작품은 이번 개인전의 주된 작품이며 그동안 작가가 추구했던 철학과 조형의 을 틔우고 싹이 돋아 나무가 된다. 그만큼 씨알은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고, 자
지가 함축되어 있다. 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썩혀 생명을 환생시키
는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김동석 작가의 씨앗 작업은 현대사회가
김동석 작가의 설치작품은 씨앗이라는 오브제의 생명성을 전시장이라는 열 요구하는 이타적 문화의 갈망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시각화로 이해
린 공간 속에 함축하고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이전까지 씨앗 오브제는 할 수 있다. 이것이 이번 김동석 작가의 개인전이 갖는 의미이다. 석과불식이
평면에 붙여서 회화적 조각으로서 평면과 입체, 색채와 물성의 조화를 유기적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촉진하듯 씨앗 오브제가 철학적·미학적 언어로 소통되
으로 보여주었던 것과는 다른 조형방식이다. 오브제를 엮은 줄들이 구획하는 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육면체의 공간 속에 군집의 씨알 형태의 원형 이미지가 철학적 관점에서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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