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샘가20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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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하나로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폭우는 어둠처럼 쏟아지나
작은 우산 하나를 머리에 이고
길을 걸어갑니다.
우산은 작고
비는 거세지만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우산 아래의 작은 공간에
빗소리에 묻히지 않은
희망이 속삭입니다.
폭우 같은 세상에
우산 쥔 손이 떨릴 때마다
가야 할 앞길을 그리며 빗물이 발목을 적시고
바람이 우산을 흔들어도
폭우 속에서도 삶은 근본에 다가갈수록 더 무지해짐을
우산 하나로 깨닫고
길을 걸어갑니다.
폭우가 멈추는 날
우산 아래 지켜온 희망은
약속대로 그 끝에서 무지개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한 번 가는 길
누구나 초보인데
우산 하나 의지하여 폭우를
뚫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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