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샘가 2025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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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흉년이 없습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비워진
               찬장 틈새로 스며든 바람에도
               손끝엔 여전히 따뜻함이 남고

               냉기 도는
               방 안 깊은 구석에서도
               햇살 한 줄기는 조용히 머물러


               감사는
               없는 것 너머에서
               남아 있는 온기를 먼저 찾아 냅니다.

               거둘 게
               없어도 바라보는 가지에는
               새 한 마리 기다리고 있고

                                            슬픔도
               묵은
                                            그릇처럼 비워질 수 있어
               시간마저도 되새김하면
                                            무언가 담기기 위한 자리가 되고
               고마움은 소금처럼 녹아들고
                                            텅 빈
               감사는
                                            창고를 지나 들리는 바람에도
               말라버린 하루 끝에도
                                            감사는 희미한 노래로 피어나며
               마음을 적시는 물결이 됩니다.
                                            끝내
                                            감사는 계절을 따르지 않고
                                            심는 대로, 마음에 열매를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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