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샘가 2025 7-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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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속에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회색
하늘이 오래 내려앉아
빗소리로 하루 종일 마음을 두드리며
젖은
공기 속에서 떠도는 생각들이
천천히 어깨를 무겁게 감싸고
창가엔
비에 기대선 수국 한 송이
말없이 고개를 들어 피어납니다.
마음도
습기처럼 번져 가지만
그 안엔 아직 지지 않은 색이 있으며
축축한
조용히
감정의 끝자락에서
젖어 있는 날들 사이로
문득 미소 하나 피어나고
빛도 없이 자라는 소망이 있고
슬픔은
빗줄기
물을 머금은 흙처럼
끊이지 않아도
언젠가 새로운 뿌리를 틔웁니다.
마음은 어느새 꽃의 모양을 닮아가며
장마는
삶을 멈추게 하기보다
더 단단한 호흡을 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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