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삼척김씨대종회보2005창간호_Neat
P. 66

새로 단장한 제단 위에 추 할아버지와 당신의 외아드님이신 실직군왕의 새 위폐를
              모시던 날 비로서 할아버지께서 빙그레 웃으셨다. 그동안 엉뚱한 집안에 얹혀 얼굴
              도 모르는 후손들이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으시느라 얼마나 심기가 불편하셨을까.
                이제 할아버지의 진짜 후손들이 할아버지께서 사시는 집도 말끔히 새로 단장해 놓

              고 집안의 기둥인 실직군왕을 함께 모시고 있는 걸 보시면서 얼굴 가득히 흐믓한 웃
              음을 띄고 계실 할아버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러나 우리의 귓전에는 할아버지의
              준엄한 말씀이 울리고 있다.

                “사랑하지만 어리석은 후손들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내가 없는 너희들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느냐.
                내 이름이 빠진 족보를 만들어 놓았으니까 이 집 저 집에서 나를 맘대로 업고 내
              후손들처럼 행세하고 있으니 아버지 경순대왕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구나. 그것은
              남들 탓하기 전에 먼저 너희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란 걸 왜 모르고 있느냐. 내가 마
              치 아들 위옹과 자리 다툼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아무리 소견머리 없는 너희

              들이라도 생각해 보아라. 아들이 대통령이라고 하여 그 아비를 호적에서 파 내버릴
              수 있는 일이냐 말이다.
                하기야 너희들 요즘 호주제니 뭐니 해서 까닥하다간 너희들 마저 족보에서 사라질

              판이니 할 말이 없다마는 어리석은 후손들아 그럴수록 눈을 똑바로 뜨고 제대로 중
              심 잡고 살아라. 비록 며느리가 호주 자리에 올라 앉는다 하드라도 천년을 내려 온
              내 뿌리는 어느 누구도 뽑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너희들 하기에 딸려 있다.
              무슨 뜻인지 알아 듣겠느냐?
                작년에 너희들이 나와 아들 위옹이 사는 집을 말끔하게 수리하느라 애 썼다마는
              그 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은 집안의 체계를 바로 세워 놓는 일이다. 세살 먹은 애

              들이라도 훤히 할 수 있는 일을 여태 깨우치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집 식으로 나도
              너희들 꿈 속에 새삼스럽게 나타나 일일이 꼬집어 말해야 알겠느냐.
                도토리 키재기하듯 사소한 일에 잘했느니 못했느니 밤 낮 다투지들 말고 서로 마
             음을 한 곳에 모아 제발 종사부터 바로 좀 세워 보아라. 그래야 내가 마음 놓고 웃을

              게 아니겠느냐 말이다. 이 답답한 후손들아!”










                                                      68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