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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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저장된 일들은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오래된 삶은 누군
가에 의해 뜻하지 않게 표현되기도 한다. 혹은 나 자신에 의해 표출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무늬와 색감은 얼굴 위로 옮겨오
고 나의 미소에 의해 작품이 되기도 하고 여러 모습으로 굴곡질 것
이다. 바루다가 비루한 두 발을 찍어 발가락의 형상을 족적으로 남
기듯이, JR의 검은 선글라스가 바루다의 의지인 듯 아닌 듯 이유 없
이 마지막에 벗겨지듯이…… 나의 삶도 하나씩 덜어내고 보태어 지
리라. 마을 길을 걸으며 다가오는 수만의 얼굴들 속에서 진정한 나
의 아름다운 얼굴 하나를 남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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