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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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감상 수필

                 마을길을 걸으며 보이는 얼굴들에 대한 단상斷想


                           -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고서





                                                                    오 미 향





                   주 20시간 근무. 처음에는 황당했다. 나 아직은 쓸 만해요! 소리

                 칠 뻔한 것을 지금까지 먹어온 나이가 간신히 붙들어줬다. 아 감사
                 하죠. 경력도 없고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제가 사회에 봉사하고 주

                 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
                 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발 물러서니 여유로웠다. 책임자라는 명

                 함은 비껴갔고 사무보조라는 명칭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자리였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삼일 근무하고 이틀 쉴 수 있는 이점
                 은 나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끼까지 마음껏 드러낼 수 있었다.

                   오늘은 비번이라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조조 영화는 대체 누가
                 볼까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게 무안할 만큼 오전 9시가 지난

                 시간은 아름다웠다. 화장 끼 없는 얼굴로 그 누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시간을 먼저 즐기고 있었던 얼굴들은 편안해 보였다. 무








                            오미향|전(前) 영어학원 강사. 서울 중구 여성문예백일장 최우수상, 용산 도
                            서관 창작 시 공모전 최우수상. 2019 지하철 안전 문 시 게재. 남명문학상 수필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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