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신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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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노래가 있었다. 가사 말이 좋아서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
렸던 노래였다. 비교적 음의 높낮이가 없고 정서적인 멜로디 탓에
자주 흥얼거렸다. 중학교 오락 시간 음치였던 나의 면을 세워주고
무난히 패스 할 수 있게 해준 애창곡이도 했다. 펜을 들고 종이에
혹은 모래사장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그려 볼 때, 사람들은 선을 먼
저 그을까, 원을 그릴까? 아마도 무심코 선을 그렸으리라. 점으로
시작한 흔적은 네모를 이루기도 하고 평행선을 그리기도 한다. 원
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의 모습은 어느 도형에 가까웠을까?
영화는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89세의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포토 그래 퍼 JR의 협연(콜라보네이션)이었다. 원제는 불어로
'Visages, Villages'이다. 번역하면 ‘얼굴들, 마을 길’ 정도의 느낌인
데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로 제목을 붙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
지 않은 묘한 조합의 남녀는 카메라가 그려진 포토 트럭을 타고 프
랑스 교외 시골길을 달린다. 발 닳는 데서 멈추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미지와 살아 온 여정들에서 자신들도 몰랐던 숨겨진 얼굴
을 찾아낸다. 사진을 찍고 크게 오려서 집 벽에 바위에 마을 어귀에
상자에 어디든 붙인다. 그리고 그 앞에 본인이 선다. 활짝 웃고 있
는 얼굴들. 진정한 얼굴을 찾아 준 감독과 사진사의 역할, 두 사람
의 여정, 추구하는 것들, 궁극의 목적은 ‘삶과 얼굴들’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시간이 흐르면 살아낸 것들은 모두 기
억으로 남는다. 그 기억이 모여 삶이 되고 건져낼 것은 없다고 믿는
다. 오래된 것은 추하고 형편없다고 길들여지는 사회에 살고 있었
다. 이 영화는 기억할 수 있음은 잘 살아왔다는 것이고 바래고 기억
영화 감상 수필 |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