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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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게 왠 서울고등학교? 강남에 그런 학교가 있었나?
나중에 알고 보니 강북의 공동학군으로 있던 서울고등학교가 강남 이전 계획
을 결정하고 그 해부터 강남의 학생들을 배정 받았단다.
서울고에 대하여 처음 접한 이야기들은 대충 이랬다.
과거 일본 고위층 자제들이 주로 다닌 경성중학교가 전신인 학교.
해방 후에는 경기고와 경복고와 더불어 3대 명문고.
강북에서 패싸움이 나면 중동고에게 맞는다는 학교.
하복이 여학교 교복처럼 하얀 카라인 학교.
교훈이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 촌스러운 학교.
내 친구 아버님이신 강재구소령이 졸업한 학교.
그리고 중학교 때 좋아하던 운동인 야구부가 있는 학교.
예비 소집일에 버스를 타고 처음 가본 서울고의 첫인상은 이랬다.
붉은 벽돌건물과 목조건물들의 조화로움.
나무들이 울창한 경희궁터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모습.
복도를 걸으면 또각또각 낭낭하게 울리는 구둣소리.
오래전에 지었어도 햇살이 잘 들어오던 과학실.
교문 앞 지나다니는 차량소리가 들리 않는 안쪽의 3학년 건물.
새내기들은 근접하기도 어려웠던 3학년만의 성지 뒤 운동장.
10Km마라톤을 대비해 체육시간마다 몇 바퀴씩 돌았던 대운동장.
약수터자리로 남아 있어 신기했던 용비천.
아무튼 집에서 먼 것을 제외하면 경희궁터의 교정은 참 아늑하고 포근하여 내
가 들었던 사전정보를 무시할 만큼 좋았다.
그리고 1학년 여름방학에 지금의 서초동부지로 이전을 했다.
14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