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2023서울고 35회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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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인 야구 시즌이 개막되었고, 예상대로 우리학교 야구부는 전국대회에

                   서 본선은 커녕 지역예선도 통과를 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모든 팀들이 참
                   가가 가능했던 봉황대기를 빼고는 본선에서는 경기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이라 웬만큼 실력이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었다면 구경 갈
                   생각도 하지 않는 서울시 예선경기를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단체로 응원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날, 대통령배 고교야구 서울시 예선이 열리고 있는 동대문운동장에서 우

                   리학교와 경기고등학교의 경기가 벌어졌다. 입학한 후 첫 번째 야구경기장 나들
                   이여서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시작된 경기는 의외로 초반에 팽팽하게 진행되었
                   다. 경기고의 투수는 김승국이라는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는데 내가 졸업한 한
                   양초등학교 야구부는 후에 LG에서 활약했던 노찬엽선수가 속해 있었고 전국 리
                   틀야구 대회를 제패했던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던 팀이었다.



                     우리 동기 중에 이미 고인이 된 서민석 군이 한양초등학교 야구부 출신이었
                   다. 경기고 역시 우리학교 못지않게 약체였기 때문인지 재학생들은 물론 졸업생

                   들까지 상당한 숫자의 응원단이 와 있었다.
                     양 팀의 경기력은 별로였지만 양교의 응원단으로 꽉 찬 경기장은 마치 대통령
                   배 본선 4강전 이상의 열띤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우리 학교는 5-2로
                   패하였고 이 후에도 다른 서울팀들에 연패하여 예상했던 대로 대통령배 본선 진
                   출은 좌절되었다.



                     몇 달이 지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서울시 예선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또다시
                   어느 일요일 오후에 벌어진 당시 고교 최강 휘문고와의 경기에 단체응원을 가게

                   되었다. 우측 스탠드를 꽉 메울 정도로 우리학교 응원단이 많았던 반면 휘문고는
                   응원단이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본선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팀이기에 서울
                   시 예선 경기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19 _ 4060 우리들의 3色5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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