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태어나서 살던 고향에 잠시 들렸다 갑니다 지친 발걸음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는 빈집들 골목길은 풀밭이 되고 마당은 생쥐들의 놀이터 폐허가 된 썰렁한 빈집 앞에 혼자 말없이 서 있는 나그네 해질 무렵 툇마루에 걸터앉아 다시는 고향땅엔 안 올 것이야 긴 한숨 내뱉어 보아도 서러운 마음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석가래도 문짝도 다 때어버리고 마음도 내려놓고 문패도 때렴니다 용마루 하나 틀어 올린 썰렁한 몸채하나 서있습니다. 성북문창반 전자시집-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