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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色 세상
브라운색
“나와
서울고 동문의
인연”
조대휘 (15반)
앞길이 막막했던 99년 여름이었다. 이민가방 두개 들고 5개월 된 젖먹이 4살 반
된 코흘리개 그리고 나만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마누라와 함께 바퀴벌레 득실대
는 토론토의 한 아파트에서 뭐 해먹고 살지를 고민 중 우연히 발견한 해묵은 한인
주소록에서 서울고동창회가 있다는 걸…그리고 동창생도 있다는 걸 알았다.
”저…여보세요? 서울고 동창회장님 댁인가요? 네,,, 그런데요…, 저는 얼마 전
이민 온 35회 조대휘라고 합니다. 한인회 주소록에서 번호를 보고 전화 드립니
다..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총무가 후배님 동기 35회인데 연락 해보세. 이렇게
해서 사고무친, 고립무원의 적지에서 아군을, 서울고 동창을 만났다. 문과반과
이과반으로 나뉘어 같은 반도 못해봤던 나를 수시로 돌봐주고 사용하지 않는 가
재도구며 애들 옷들을 챙겨주었다.
자동차가 신발인 나라에서 자전거 한 대와 전차로 버티는 내 살림살이를 잘
아는지라 쌀 떨어질 때쯤이면 용케 알고 찾아와 자기 차로 장보러 데려가 주었
다. 밥 먹을 새도 없이 잠 잘새도 없이 바쁘게 사는 그 친구가 시간을 내어 갓 이
민 온 나를 돕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86 _ 서울고 35회 졸업 40주년 기념 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