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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과정을 소화해야 하는 체제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이니 아무튼 뛰어나지 못
                   한 성적이었지만 대학은 원했던 영역의 전공을 찾아서 진학했습니다. 참으로 희
                   한한 일은 대학4년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으며 단과대학 대학 졸업식에서

                   학장상을 받았습니다. 편도 2시간이 걸리는 통학 길, 아르바이트로 장애인 활동
                   보조, 주말에 주일학교 교사, 그러면서 전 학년 동안 B학점이 단 2개였다고 말합
                   니다. 독한… 조금만, 고교시절 조금만 더 그렇게 독했었으면, 서울에 있는 더 가
                   까운 곳으로 진학하고 편하고 나은 생활을 하면서 대학시절을 예쁘게 지내고 성
                   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뒤범벅이 되는 마음입니다.



                     성깔머리가 있어서, 연애는 못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입구
                   에서 서성대는 한 녀석이 있었고, 그 녀석은 우리 딸을 기다리는! 잘 생기고, 집

                   안도 괜찮고, 가끔 듣는 이야기로 미루어 생각도 반듯한 명문대 재학생이었고,
                   여차저차 나의 친구와 그 아들래미의 모친이 서로 잘 아는, 좁은 세상 새삼 깨닫
                   게 해 주는 연결고리가 있는, 그런 젊은이였습니다. 아내도 내심 마음에 드는 듯,
                   대학시절 만난 인연이 인생의 반려로 이어지는 건 참 행복한 경험일거야, 라고
                   나도 기대했었지만, 결국엔 헤어지고 말더라고요. 청춘 시절 남녀 사이란 예측불

                   가이고 속단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이성교제를 하다니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졸업 후 선택도 역시 장애인과 관련한, 시설에 수용하지 말고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방향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일을 하는
                   곳 이었습니다. 성적도 좋고, 대학시절부터 불붙은 학구열도 강했고, 교수의 제
                   안도 있고 해서 내심 대학원 혹은 유학을 선택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딸의 선택
                   은 "현장"에서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그 다음에 대학원을 진학해 보겠다, 그 때

                   다시 전공을 생각해 보겠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즈음부터는 이해를
                   하게 되었나 봅니다. 아이가 스물이 넘어서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까지 아빠는 딸
                   을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었던 겁니다.



                     지금도 나는 그 “전장연”, 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 곳
                   인지 잘 모릅니다. 조직 운영이나 그 체계에 대해서도 생소합니다. 간단하게, 장


                                                                   83 _ 4060 우리들의 3色5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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