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2 - 강화산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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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Hwasaan, Kang - Incidental Dominion i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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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돌아가는 길/ 문 정 희
이런 그의 시선이 다음에는 어디로 가 닺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러주지 않아서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아니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던 사물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그것들의 서로 교신하며 ‘<혼
의 교류>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영매로서의 예술가의 사명임이라는 것을, 그는 확실하게 인식하
고 있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본 그림
화가는 <눈물을 흘리고 본 그림>이 여태 없어서 아쉽다고 한다. 그림 앞에 서서 내가 감동할 수 있는 그런 그
림을 여태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가는 이제 서양화 앞에 서서 실컷 한 번 울어볼 수 있는 그런 그림을 만
나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화가가 필생 한 번 그리고 싶은 그런 그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에 너무
쫒기거나 버둥거리지도 말고, 숨겨진 내 안의 자아와 만나고 싶은 그런 것들이 요즘의 화두라고 한다. 그것은 영
원히 채워지지 않은 바닷물을 마신 후의 갈증이라고 해도. 그리고 현재 지향하고 있는 <우연의 지배>라는 테마
는 최소한 20년은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90년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7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더욱 미로 속으로 발을 내딛는 기분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화가는 40대 이후에는 가족을 위해 살고,
50에는 사회를 위해 살며, 60이후부터는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
이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맥락에 닿아있다. 작가의 얘기대로라면 그는 지금 사회를 위해 살아가야
할 나이이다.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켜보아야 할 주목거리이다.
아직도 화가는 <하얀 캠버스를 앞에 두고 앉을 때가 가장 두렵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예술장르라고 백지(白
紙)가 두렵지 않으랴.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시간이 가는 것에 대한 불안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으
로 <우리는 세상의 눈을 너무 의식하고 산다.>고 씁쓰레하게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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