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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으로서의 상징과 비유의 단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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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ologue


                                    서양화가 김연희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을 마치면서 본격적으
                                   로 화단에 뛰어 들었다. 그 당시 지도교수이었던 김태호, 이두식 두 교수께 가장 많은 지
                                   도를 받았다 하는데, 양식적 특성이 전혀 다른 두 교수로부터 각기 다른 작가적 감수성
                                   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석사학위 논문(지도교수 김태호) “현대 Flowing 회화
                                   에서 「수용」 시리즈의 공간표현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로운 의도로 해체된 물성
                                   의 묵시적 화면 구성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방법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추상작업에 임하면서 안토니오 타피에스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듯하다. 타피에스는 세잔이 그랬듯이 원래 법학을 공부했으나 포기하고 중도에 화가에
                                   길로 들어선 작가이다, 그는 초기에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출발했으나 앵포르멜 운동에
                                   참가하고 추상미술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화가이다. 그는 풍부한 질감을 효과적으
                                   로 표현하고자 흙, 돌, 모래 같은 유기물을 두껍게 칠하는 소위 ‘임파스토(impasto)’ 기
                                   법을 사용했고, ‘그래피티(graffiti)’ 같은 낙서를 기호로 넣기도 한 작가이다. 김연희 작
                                   가는 타피에스의 혼합매체의 혁신적 사용과 풍부한 텍스추어와 시간과 물질의 탐구로
                                   바라보는 작가 정신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하면서부터는 바
                                   넷 뉴먼(Barnett Newman), 마크 로스코(Mark Rosko),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색면 추상’ 회화에도 특별히 관심을 가졌음을 볼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의 특
                                   징은 대형 모노크롬 작품으로 형상과 바탕 사이의 관계, 모호한 방형에 가까운 색면을
                                   색채의 미묘한 조화로 자신의 미학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기저로 삼아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들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물성
                                   과 매체가 중첩되어 우연한 효과로 화면이 구성되어짐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이 특징
                                   이 작품 속에 적용되면서 물감이 캔버스 안에서 밀고 당기고 이러한 중력에 의해 화면
                                   위에서 밀도감과 속도감의 궤적을 갖게 되고 화면에 자연스러운 형태의 여백이 형성되
                                   어지는데, 이러한 현상을 김연희 작가는 자신의 독창적인 색채 기법으로 진화시켜 나갔
                                   음을 볼 수 있다. 니체는 “예술은 ‘의지(wille)가 스스로 자신과 유희하는 가운데 영원히
                                   충만 된 즐거움을 누리는 수단이다” 하였다.


                                    이렇듯이 김연희 작가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넘쳐흐르는 생명력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 의미와 아름다움을 부여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2. Contents


                                    그동안 김연희 작가의 일련의 작품의 형식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작품은 대부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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