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김연희 전자책 파일 210x260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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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평면에 일치하는 화면 형태를 만들기 위해 ‘일루저니즘‘을 희생시키는 경우, ‘있는
그대로의 사물로서의 미술(literal art)’을 성립시키게 된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20세기 초, 클라이브 벨(Clive Bell)로부터 출발한 ‘회화의 자율성’
을 위한 정규 의식은 내재적, 형식적 비평을 추구한 클레멘트 그린버그(C. Greenberg)
에 이르러서 ‘순수성’이란 매체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환원되어졌음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린버그가 취하고 있는 이와 같은 칸트적 사고는 새로운 젊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60년
대 미니멀아트의 새로운 ‘사물 중심(thing-centered)’의 예술관을 갖게 하였다. 결국 현
대회화의 개념은 ‘오브제’ 그 자체를 예술로 인식하면서 회화라는 것은 고유의 자율성을
반(半)은 포기하게 되고 반은 물체적 가치로 대체하게 됨을 관찰할 수 있다.
‘리터럴 아트’는 실질적으로 ‘오브제 아트’의 등장을 가능케 하고 그 기능을 동시에 수반
하게 하였지만, 리터럴 아트가 성립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전면회회(all over paint-
ing)’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즉 추상표현주의 이후부터 회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표면’의 문제에 이르게 되고, 그에 따른 직접적인 문제로서 ‘장(場)’과 ‘모듈(module)’
의 특수한 의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서양미술의 변화 이후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을 이룬 단색조 미니멀리
즘 계열의 추상회화가 등장하면서, ‘한국적 미니멀리즘’ 혹은 ‘한국 모노크롬 회화’로 불
리어지면서 서양추상회화의 미니멀리즘, 리터럴 아트와 성격의 차이를 두고 발전하게
된다. 실제 한국현대미술의 양식도 서구 현대미술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하지만 서양미
술과 달리 최대한 색채, 재료, 기법 등에서 작위성을 배제한 ‘단색화’는 분명히 ‘모노크
롬’의 미학과는 다른 한국적 정신이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평소 김연희 작가는 이우환
화백과 윤형근 화백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음을 말한다. 이우환 화백은 ‘여백’의 화가로,
윤형근 화백은 ‘침묵’의 화가로 불리운다. ‘모노크롬의 미학은 물성으로 말하지만, 윤형
근 화백의 ’단색화‘는 ’영원한 것‘과 ’시간‘의 개념을 함의하고 있는 정신적 요소를 지목
하고, 이우환 화백은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한
작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노크롬‘ 회화와 ’단색화‘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3. Epilogue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근원으로, 어떤 사물적 성격을 갖는다. 건축과 조각
에는 돌, 나무의 요소가 존재하고, 유화 작품에는 기름, 안료, 캔버스의 요소가 존재한
다. 더 나아가 문학 작품에는 언어의 울림이 존재하고, 음악 작품에는 음향이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것은 사물의 성격을 갖는다.”라고 하였다.
니체는 “예술작품은 활력을 증진시키고, 욕망의 불을 붙여주고, 도취의 온갖 미묘한 회
상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하이데거는 “현상하는 사물만이 아니라 ‘사물 자체’처럼 현
상하지 않고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것을 ‘사물(objecthood)’이다.”라고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