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거리예술의 초대_과천축제 2003-2014
P. 14

12                                                                                                                  13

 1.  “꼬메디아”
 3  2. “판줄”
 프로그램의 하부구조로서 어린이마당극제, 청소년마당극제, 주부마당극제  1  2  3 - 4. 통영오광대
 4
 를 마련하여 시민들에게 마당극을 직접 만들도록 장려하고 축제에도 초청
 하였다. 그 덕분에 축제의 규모가 커지는 효과도 생겨나, 무려 59 개 단체가
 축제에 참가하였고, 일부나마 시민참여형 축제의 꼴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비해 신임 예술감독은 예술이 사회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자
 적인 사회이슈를 높은 수준의 틀 속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민
 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을 예술에 적용해 예술을 대중을 향해 아래로 끌어내
 릴 것이 아니라 대중을 예술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아놀드 하우저의 주장을
 7)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그 해 축제사무국은 아마추어 단체를 완전
 히 배제하고, 전문공연예술단체로만 프로그램을 짰다. 이에 따라 참가단체
 수효도 59개에서 33개로 줄었고, 축제 기간도 10일에서 5일로 줄었다. 예
 산은 이미 9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마당극을 비판하였다는 이유로 마당극단체의 연합체인 한국민족극협의회
 는 축제에 참가하기를 거부하였다. 따라서 기존 마당극들은 프로그램에 넣
 을 수 없었다. 야외공연이 가능한 실내극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무엇보
 다 거리극을 시도하는 단체는 국내에 하나도 없었다. 사실상 축제의 프로
 그램을 짜는 게 불가능했다.
 신임 예술감독은 프로그램 선정의 원칙으로, 기술적 완성도, 사회적 이슈
 의 반영, 전통의 현대화를 제시했다. 기술적 완성도를 제일 먼저 제기한 것
 은 종래 마당극이 내용(이념)을 강조한 나머지 형식(기술)을 소홀히 하였다
 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회적 이슈의 반영은 마당극의 정치적 성향을 시대
 에 맞게 계승한 것이었다. 전통의 현대화는 식민지배 외에 산업화 과정에
 서 이루어진 전통의 소멸 혹은 단절이 예술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반성
 에서 마련된 것이었다. 정작 이 세 원칙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이상에 가까
 웠다. 하나 혹은 둘은 몰라도, 셋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원칙을 내세웠지만 지킬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 세 가지 원칙







 7)   오마이뉴스, 2003.2.14. http://cafe.daum.net/onlydarae/9YXh/48?q=%C0%D3
 %BC%F6%C5%C3%20%BF%C0%B8%B6%C0%CC%B4%BA%BD%BA&re=1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현대편, 260 쪽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