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곱슬고양이 김영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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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날개를 신기다 - He put his wings on her feet
구두장이 요정은 발이 너무 못생겨서 무도회에 한 번도 가지 못한 공주님의 구두를 의뢰 받았어요.
구두장이 요정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기상천외한 구두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늘
자신만만했어요. 처음 만든 구두는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실크로 만든 것이었는데, 공주님의
못생긴 발이 구두를 뚫고 나와버렸어요. 두번째로 만든 구두는 세상에서 제일 견고한 가죽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공주님의 못생긴 발이 찌그러뜨려 버렸어요.
요정은 달빛 아래 앉아서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생각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자신의 구두가 망가져서가 아니라 그때마다 실망하던 공주님의 슬픈 얼굴이
자꾸만 심장을 찔러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요정은 큰 결심을 하고 온갖 보석이 묻혀 있는 요정의 숲을 향해 용감하게 날아갔어요.
구두장이 요정은 보석으로 구두를 만들어드리면 공주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두의 주인이
되어 세상의 모든 무도회에 초대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없이 많은 낮과 밤을 날고 또 날아 요정의 숲에 도착했지만, 보석의 동굴에서 요정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요.
보석의 동굴을 지키던 요정이 구두장이 요정에게 말해주었어요.
요정들의 보석이란, 요정이 목숨을 다할 때 남겨진 날개에 달빛의 영롱함이 스며들어 보석으로 변한
거라고요.
구두장이 요정은 자신의 날개가 달빛을 받아 동굴 벽에 아름답게 일렁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그러곤 오래지 않아 결심했어요. 구두장이 요정은 자신의 날개가 달빛을 품어 보석이
되고, 그 보석으로 공주님에게 구두를 만들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완성한 구두를 품에 안고 한시라도 빨리 공주님에게 가려고 날개짓을 하다가 바위 위에서
나동그라졌지만, 요정은 아픈 줄도 모르고 벌떡 일어나 공주님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나는
듯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는 구두장이 요정의 뒤를 달님이 내내 따라가며 보석 구두를
반짝반짝 영롱하게 비춰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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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 고양이- 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