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오산문화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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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이야기






            02    /   옛수원(오산)에 전해지는 이야기-




                  수원(오산) 사람은 매운 사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을 말할 때 쉽게 쓰는 말이                   예쁘게 생긴 중년부인이 쫓아 나와 누구냐고 물
            짜다, 순하다, 맵다, ‘싱겁다’라는 말을 흔히 쓰는                었다.

            데 구수원 사람보고는 예전에 맵다고들 많이 하                    억식이는 첫마디로 “사람 살리시오.”라고 하자
            였다. 이 말은 보통사람보다 의지가 강하다는 말                   부인은 “누구시오?”하면서 아래 위를 훑어보고
            로 대신 할 수 있지만 이 말이 생긴 원인을 살펴                  나서 방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부인은 부엌으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고려 때 용인 보개산에서                  로 가서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오산천을 지나 평택으로                     부인은 남편을 여윈 지 3년이 지났으며 슬하에
            들어가는데, 천 윗동네는 넉넉하게 살았고 아랫                    자녀도 없었기에 우선 남편이 두고 간 바지 하나
            동네는 빈한하게 살았다고 전한다.                           를 억식이에게 갖다 주며 갈아입으라고 권하였다
             이 아랫동네에 억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다. 억식이는 말없이 번개같이 갈아입었을 때

            고 하며 그는 일찍이 조실부모하여 삼촌집에서                     방문이 열리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이 들
            자랐고 제법 장성해서는 혼자 생활하기 시작하였                    어오자 덥석 받아놓고 정신없이 퍼먹고 나서 밥
            다고 한다.                                       에 취해 곯아 떨어졌다고 한다.
            잠자는 숙소는 냇가에 원두막을 짓고 지내며 매                    억식이는 실컷 자고 일어나자 기다린 듯이 주인

            일 품을 팔아 생활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날 갑자                   부인은 말하기를 “당신 집이 어디인데 집도 절도
            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오산천이 범람하게                     없이 살고 있다가 물난리로 이곳까지 떠내려 왔
            되었고 때는 초겨울 그믐밤이었는데 갑자기 큰물                    는데 도대체 이곳이 어디요?”라고 되물었다.
            이 몰려 피곤하게 잠을 자던 억식이의 원두막이                     여인이 말하기를 “이곳은 평택 땅이요. 조금만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하며 억식이는                    더 갔으면 바다로 들어갈 뻔 했는데 그래도 타고
            천신만고 끝에 뭍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순식간                    난 명이 아직 남은 모양이구려.”하면서 밖으로 나
            에 일어난 사건이라 억식이는 홑바지 차림이었고                    가더니 무엇인가를 들고 와서 억식이 앞에다 놓
            더구나 물에 빠져 꼴불견이 되었고 뱃속에서는                     고 “먹어보시오.”라고 하면서 최고로 얌전한 자

            쪼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두리번거리다 가장                    세로 꿇어앉았다.
            가까운 집을 찾아가 염치불구하고 주인을 찾으니                    여인 왈 “어제 동네 잔칫집에 가서 일 도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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