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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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VOL. 59  osan culture



                이 세상에 울면서 왔다가 울면서 간다. 듣자니,                   고 울면 그 문제도 이만저만 아니다. 답답하고 울
                웃으면서 간다는 사람도 있다고는 한다. 인간의                    적함을 풀어버리려면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
                일곱 가지 감정에 의해 우리네 삶의 즐거움과 슬                   른 방법은 없다고 하였는데, 너무 화나고 슬퍼 울
                픔이 엇갈린다. 그리고 즐거움 속에는 슬픔이 도                   수도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하나. 며칠 전, 어느 테

                사리고, 슬픔 속에는 즐거움이 어른거린다. 사람                   니스 선수는 우승이 확정되자 코트에 길게 누워
                들은 이 둘을 어떻게 나눌까 골몰한다. 지혜로운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잠시 일어나서 웃나 싶더
                사람은 칠정을 뭉뚱그려 하나로 본다.                         니 다시 엎드려 엉엉 울었다. 그는 세계제패의 기
                그 하나는 무엇일까.                                  쁨에 활짝 웃으면서도 너무 힘든 상황을 거쳤으

                                                             니 격하게 우는 건 정상이라며 계속 울었다.
                “사람들은 다만 안다는 것이 희로애락애오욕喜怒
                哀樂愛惡欲 중에서 ‘슬픈 감정哀’만이 울음을 자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평생 진정으로 울지도 웃
                아내는 줄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지도 못할 사람들. 박지원은 지혜로운 사람일까.

                줄은 모를 것이다. 기쁨喜이 치달으면 울게 되고,                  슬픔을 사랑한다. 공자는 ‘인仁’을 늘 가까이 하였
                노여움怒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가                    다. ‘인仁’은《논어論語》에서 무려 108번이나 나온
                득하면 울게 되고, 사랑愛이 넘치면 울게 되고,                   다.  그것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분분하다. 그것
                미움惡이 쌓이면 울게 되고, 욕심欲이 지나치면                    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을 아무리 읽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버리                   도 아리송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에 대한 똑
                려면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떨어지는 해석을 만나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세
                                                             상의 번뇌와 갈등을 측은하게 여기는 그것보다
                바로 그 하나는 ‘슬픔’이다. 연암은 사람들이 지극                 더 진한 사랑스런 슬픔에서야 ‘인仁’이 빛나지 않

                한 감정을 겪어 보지도 못한 채 교묘하게 칠정을                   을까. 이래저래 우리는 슬픔을 벗어날 수 없는가.
                늘어놓고 ‘슬픈 감정哀’에다 울음을 짜 맞춘 것인                  슬프게도 슬픔을 사랑할 수밖에. 그러면 사랑스
                데,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하고 참다운 소리                    런 슬픔이 될까.
                는 천지 사이에 쌓이고 맺혀서 감히 터져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은 평생 동안 지극하고                   박장원
                참다운 울음을 한번도 터뜨리지 못하고 교묘하게                    경기 오산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문학 공부
                칠정을 늘어놓다가 끝난다는 것이다.
                                                             수필가
                                                             문학평론가
                                                             수필집 『양수리』『말하는 잎새』
                그렇다면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
                                                             평론집 『현대한국수필론』『우물마루』
                지는 웃음과 울음을 경험해 보지도 못한 채 교묘
                하게 칠정을 늘어놓고서는 서정이니 방관이니 하
                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자신이 진정으로 울

                고 웃지 못하는데, 그것을 보고 남들이 덩달아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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