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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이 부어오른 계절은 37
방향감각을 잃어 문화
자정 속을 헤매고 다니는데 · 예술
그 사정 딱해 보였는지
쯧 쯧 · 체육
혀를 차던 그는 / 교육
치킨처럼 / 종교
제 살 먹어치우고
한 뼈만 남은 달빛을
밤 새워 뱉고 있다
한계령에서
채희숙
하늘은 맑은 호수
그 길을 따라 나섰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개 강이 앞을 가려
미로 속에 던져졌다
높은 산자락엔 새하얀 이불을 덮고
아래 산자락은 푸르디 푸른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흰 눈이 말없이 창문을 두드렸다
이 아름다움을 마음 가득가득 담아
언제나 꺼내볼 수 있을까
한계령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서러운 고통을 털어내고 있었다
애잔한 초겨울 하늘에
온몸으로 떨고 있는 은사시나무
눈오는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
마흔의 나이에 떠나온 길 끝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