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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남경식

                         해질녘 노을도 빌딩 안으로 빨려들어 사라졌다
                         네온 빛으로 환해지는 도시에

                         안개가 화선지에 물감 스미듯 밀려든다



                         슬며시 시간은 흘러 더욱 깊어가는 밤
                         가로등 밑 보도는 보행자의 삶의 무게에 눌려 잠 못 이루고

                         간혹, 바람에 날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
                         횡단보도 앞 신호등 시그널만 규칙적으로 점멸한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 잎이 밤바람에 가벼이 몸 비틀고

                         환절기 독감의 몸살처럼 뜨겁고 혼미하게 지쳐가는 네온사인
                         늦은 시간 분주히 귀가하는 몇몇 직장인과

                         잠을 잊은 취객의 비틀거리는 발걸음만
                         힘겹게 안개 속으로 침잠하는 텅 빈 도시의 밤



                         도시는 행복한가?

                         그 안에 사는 우리는?





                         달

                                                                                       양길순
                         치킨호프집 옥상에

                         그가 냉큼 앉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네온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집을 향해 늦은 걸음을 재촉하고

      오산시사               술 취한 사내 하나
                         담벼락을 향해 통사정 하다 하다

                         가뜩이나 비틀어진 골목을
      제

      4                  더욱 구부리더니
      권
                         피아노 집 앞 하수구를 향해
                         쉰 내 나는 호프를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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