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오산문화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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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                   을 듣지도 못했다고. 어린 시절 때로는 하기 싫다
            다. 산만함으로 인해 부모에게 감당하기 힘든 아                   고 반항해보기도 했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이, 나를 귀찮게 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고, 그로                  며 받아들여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런 과정을

            인해 부모도 아이에게 분노가 쌓이면서 점점 사                    반복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하려하지
            이가 점점 멀어졌다. 늘 어머니는 아이가 말이 많                  않는 무기력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점점 부모와
            아서 하루 종일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친                   의 관계에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털
            다고 말했지만 실제 만남을 통해 관찰된 모습은                    어놓지 못하고 부모의 말에 순응하는 모습만을

            대화가 아닌 서로의 주장만 하면서 상대의 말에                    보였고, 부모는 착한 아이긴 한데 아이의 마음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대화들이 많았다. 이런 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아이와의 대화를 힘들어
            화양식들이 아이를 화나게 하고 고립되게 만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착한 아이였다는 말씀을 강
            고 친구관계도 친구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                    조하는 부모는 이 ‘착하다’는 말로 칭찬하는 행동

            이 된 것은 아닐까?                                  들이 아이가 더욱더 입을 다물게 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아이는 자신의 분노를 첫 번째 아이처                    패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런 패턴
            럼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                    이 형성된 아이는 커 가면서 다른 사람의 기준을
            두고 회피하거나 포기해 버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자기 기준보다 더 중요시하고 모든 가치판단을

            보호해 온 듯 보였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미리미                  타인의 눈으로 평가하려고 하며 힘들어 한다.
            리 모든 것을 챙겨주었고 아이는 부모가 정해준                    증상이 심한 경우가 아니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대로 따라 왔다. 부모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칭찬                   부모가 충분히 공감과 지지를 해주고 스스로 행
                                                         동패턴에 대해 충분히 깨닫게 되면 나아질 수 있

                                                         다. 그러나 0~7세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형성된 행동 및 사고 패턴인 만큼 단시간에 해결
                                                         되지는 않는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아이가 스
                                                         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 맹자에

                                                         ‘조장(助長)’ 이라는 말이 있다. 농부가 벼를 빨리
                                                         키우고 싶은 욕심에 싹을 위로 잡아당겨 이튿날
                                                         다 말라 버렸다는. 성급함을 경계한 말이다. 빠
                                                         른 것이 필요할 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를 키우는 시간
                                                         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부
                                                         모의 성급함이 아이의 정신건강의 최대 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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