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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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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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1004@hanmail.ne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자료는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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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
                                                                                                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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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은 오래 전에 ‘여기’를 부정하면서 ‘저기’로 떠났던 낭만주의자들이 직면했      별되는 “텍스트 안팎의 경계를 가르는 틀”로서 ‘파레르곤’을 말했다. 그에 따
            던 기막힌 역설, 곧 “여기가 싫어서 저기로 갔다. 그런데 놀라워라. 저기가 여    르면 파레르곤은 “바깥도 아니고 안도 아닌 것”으로서 “완성된 작품에 반대
            기더라!”는 ‘낭만적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숙은 이쪽-저쪽, 여기-저    되며, 옆에 있으며, 동시에 부착되어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
            기의 분리를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이해한다.                        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작품 구성에 관여하고 작품의 구성요소
                                                            로 작용”한다. 파레르곤의 함의는 예술작품의 의미가 경계나 틀 안에 실체가
            그녀는 작가노트에 이렇게 썼다. “나를 포함하고 있는 공간은 직면하고 있는       아니라 안과 밖을 구분하는 틀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파레르곤의 이러한 함
            현실 속 공간으로 거대한 갑의 사회에서 목소리 죽인 을의 공간이며, 창 너머      의를 고려하면 여기와 저기가 공존하는 공간, 또는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
            의 공간은 내가 추구하고 꿈꾸는 욕망의 세계를 나타낸 것이다. 욕망하는 것       닌 공간에 천착해왔던 이명숙이 틀, 또는 프레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헤
            과 소유하고 있는 것 사이에는 늘 괴리가 존재한다” 이쪽(현실)과 저쪽(이상)     아릴 수 있다. 이명숙의 근작들, 이를테면 <Window 1805>(2018), <Window
            의 분리와 대립, 또는 “욕망하는 것과 소유하고 있는 것 사이의 괴리”를 어떻     2208>(2022), <Window 2301>(2023)에서 창의 경계, 곧 창틀은 더 이상 틀
            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찍이 낭만주의자들이 확인한대로 이 문제는 이쪽을        너머의 세계를 드러내는(보조하는) 기능을 담당하지 않는다. 이 작품들에서
            포기하고 저쪽으로 가는 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저쪽에 도달하는 순간 저       창틀은 독자적으로 가시적이다. <Window 2009>, <Window 2007>(2020),
            쪽은 곧장 이쪽이 되기 때문이다.  미(美)가 추(醜)를 전제하듯 이상은 현실을    <Window 2206>(2022)과 같은 작품들에서 화가(와 우리)의 시선은 틀 안
            전제한다. 마찬가지로 ‘저기’는 ‘여기’가 있어야만 비로소 ‘저기’일 수 있다. 그  에 그려진 이미지들보다는 틀 자체, 또는 틀을 틀지우는 틀(frame framing
            렇다면 이쪽-저쪽, 여기-저기의 분리를 유지하면서 그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frame)을 향한다. 때때로 화가는 그 틀에 촉각적 질을 부여하여 그것을 더 돋
            것이 하나의 해결책일 수 있다. <Window 2009>(2020)에서 화가는 창문 너  보이게 한다. 이 작품들에서 틀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보조수단이 아니
            머 일몰의 순간을 응시한다. 이 화가에 따르면 일몰은 “낮이 밤에게 자리를 내     다. 오히려 이미지가 틀을 가시화하거나 돋보이게 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어주는 순간”, 또는 “낮이 밤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일몰의 순간에 창    러한 양상은 비평가에게 어떤 난해한 과제를 제시한다. 이 작품들을 어떻게
            문을 바라보는 이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규정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 이 작품들은 <Window> 연작의 연장이면서 동
                                                            시에 <Window> 연작들로부터의 이탈에 해당한다. 거기서는 항상 무언가가
            이명숙은 이렇게 “경계를 넘어 침범하기도 하고 침범을 당하기도 하는 이미        보이지만 사실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
            지”에 몰두한다. 그것은 여기이면서 동시에 저기인 공간, 또는 여기도 아니       (abyme)이 보인다고 말하면 어떨까? 실제로 틀 속에 틀을 삽입하는 예술형
            고 저기도 아닌 공간을 나타낸다. 이 화가는 이 순간을 “이상과 현실이 경계      식을 비평가들은 ‘미장아빔(mise en abyme)’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심연에
            에서 만나는 지점”으로 묘사한다. 이쯤해서 ‘경계’의 의미를 물을 필요가 있      놓다”는 뜻을 갖는데 실제로 미장아빔을 취한 작품들에서 틀과 틀은 서로를
            다. 이쪽-저쪽, 안-밖을 나누는 경계는 이쪽, 저쪽, 또는 안과 밖 가운데 어디   반영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미장아빔의 예술로서 이명
            에 속하는가? 자크 데리다가 일러준 대로 경계는 그 자체 안쪽도 바깥쪽에도       숙의 근작들은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그 의미가 만들어지고 의미로서 작동
            속하지 않는다. 데리다는 『회화에서의 진리』에서 ‘에르곤(완성된 작품)’과 구     하는 지점들로 우리들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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