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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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004@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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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r
                                                                                         10-6313-
                                                                                     t  문의 0
                                                                                               7
                                                                   보도
                                                                     자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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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의인 코스프레  100×80cm  Acrylic on Canvas




            화를 해석하고 반응하는 장범순식의 압축된 미장센 구축이라 하겠다. 그리고        전자오락 캐릭터처럼 중성적으로 캐릭터화해서 기호화한 것. 비유컨대 감각
            여기에서 작가는 전통적 회화의 ‘재현’이나 ‘표현’적 방식보다는, 등장인물의      을 통해서 직접적 공포를 유발하는 ‘오컬트’를 ‘잔혹 동화’ 정도로 공포 수위를
            성격을 박탈해서 ‘기호화’된 인물을 동작과 코스츔 색채만으로 상황 연출을        낮추어 연출한 경우와 같다. 이는 관객이 긴장감에서 벗어난 편한 상태에서
            한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몸 궤적을 반영하는 액티브한 질료의 물질성 ‘팍      좀 더 쉽게 내용을 수렴할 수 있도록 인식적 통로를 넓히는 것이다. 이럴 때
            투라(faktura)’는 제거되고, 대신 간략하게 약호화되고 정보단위로 기호화된    주제는 감각적으로 모호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내용을 해석하는 인식적 방식
            소재들의 조합을 통한 화면으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이런 개념적 화면        으로 인해 좀 더 분명하게 소통된다.
            구축방식은 화면과 관객과의 ‘소외효과(疏外效果)’, 즉 거리두기를 통해 감성
            보다는 판단과 해석이라는 인식적 접근방식으로 소통의 구체성을 꾀하는 방         물리적인 폭력 장면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원작의 내용이 온전히 읽히게 만
            편이다. 그렇게 장범순의 캔버스에 남겨진 내용은 권력과 자본의 불균형성에        드는 것은, 아마도, 장범순의 부드러운 성품과 反폭력적이고 反그로데스크적
            의한 ‘갑’의 ‘을들’에 대한 지배와 차별과 배제와 폭력의 부조리한 현상, 공정    심리나 체질로 인해서일 것이다. 혹은 작품 소구의 메커니즘, 즉 소비자의 공
            하지 않은 게임의 규칙, 약자인 오징어의 한계상황 등이다. 「오징어 게임」 영     감 과정에 대한 의도적 친절과 배려(혹은 소통전략)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
            화에서의 무거움·허무한 유머·우리 시대 모든 ‘을들’이 처해있는 전도된 현실      고(이런 지점은 대체로 작가의 주관성이나 표현성을 강조하는 회화작가들과
            처럼 장범순의 화면도 그런 불공정에 대한 고찰을 통해, 엄연히 존재하는 우       는 그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 내러티브 연장
            리 시대 여러 모순을 풍유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장범순은 영화에 등장한 여       선상에 있으면서도 시각성은 거기에서 독립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좋은
            러 소재나 장면을 직접적으로 빌려오거나 자연주의적 서술 방식으로 옮겨오         시도였다고 여겨진다.
            지는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의상이나 소품 등 원색의 키치적 조
            형요소들을 참조하면서도, 카툰(Cartoon)처럼 약호화된 상황 연출의 아이러     아무튼, 퇴직 이후 작업에 몰두하며 「오징어 게임 리스펙」 영화를 메타-패러
            니,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인물들의 평면적 캐릭터화와 익명성을 통해서 원       디한 장범순의 모색은 건강해 보인다. 원작의 내용과 미장센을 일정 부분 빌
            작 영화보다 좀 더 일반화된 해석조건을 배치했다.                     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 사회·문화에 대한 시각적 비판성을 그래픽/
                                                            회화의 장르간 경계를 넘나드는 독자적 방식으로 시도한 점도 긍정적이고. 그
            그것은 원작의 서스펜스가 가득했던 폭력 서사를 가벼운 팝적인 시각성으로         래선가 지금처럼 그의 욕심 없고도 새로운 회화작업에의 도전이 길게 이어지
            부드럽게 전환한 것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잔혹한 장면을 만화나       기를, 후배로서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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