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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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저곳을 향하여!  100×80cm  Acrylic on Canvas





                         2023. 10. 11 – 10. 16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층 (T.02-736-6347, 인사동)





                                                        보했다는 뜻이다.
        장범순 개인전                                         문학이나 예술에서 어떤 원전이나 텍스트를 패러디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당대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하는 작품에서는 드물다. 작가가 직접 대면하고
                                                        체험한 삶이 타 작품보다 훨씬 리얼한 소재꺼리라서 그렇다. 굳이 다른 작품
        글 : 김진하(미술평론가)
                                                        을 빌려오지 않아도 될 만큼의 생생한 경험들이 주변에 비일비재하기에, 이
        장범순의 「오징어 게임 리스펙」과 풍자                           런 내용을 선택한 작가들은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편이더
        이번 장범순 개인전은 「오징어 게임」이란 영화 한 편에 대한 장범순의 반응이      쉽다. 따라서 대개 타인의 작품을 원전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장범
        자 그래픽적 고찰로 영화의 줄거리를 텍스트로 해서 「오징어 게임 리스펙」이       순은 시각미술과는 다른 타 장르인 영화를 회화(한편으로는 일러스트레이션)
        란 타이틀로 연작을 그렸다. ‘리스펙 Respect’은 존경이나 존중을 의미하는    로 빌려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앞서 말한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오마쥬의
        데, 근래 대중문화적 트렌드로 자주 소환되며 널리 사용되는 어휘다.           의미도 있지만, 원전에서 공감한 강력한 내용적 함의를 자기식의 평면 언어
                                                        로 번역하고, 영화의 서술성을 캔버스에 고정된 형상성으로 재설정-재구성한
        「오징어 게임」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지체되고 모순된 현실을 풍자한 블랙 코      것이다. 이는 영화와는 다르게, 그 내용을 그래픽으로 증폭하고 회화적 소통
        메디다. 실제적인 여러 사건과 현상을 비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불공정       구조를 통해서 관객에게 전유하려는 시도다. 그 결과 각각 개별 단위로 환원
        과 부조리도 비판한다. 그러니까 「오징어 게임」은 이미 당대 여러 사회 현상      시킨 에피소드를 그린 장면들은 원작으로부터 독립적이되, 그것들이 모여서
        들을 패러디한 작품이고, 장범순은 그 「오징어 게임」을 다시 회화로 재인용하      다시 「오징어 게임」 전체 흐름과 뉘앙스를 견인해낸다. 그런 내용들의 결과론
        는 메타-패러디로 동시대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했다. 자신의 시각성과 조형         적 집점이 ‘의인 코스프레’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란 작품이다. “The Winner
        방식으로 각 작품마다의 메시지를 통해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연역해냈다         Takes All“이란 신자유주의에 대한 핵심 비유처럼, 인간+짐승의 가면으로 변
        라고 할까, 원작을 차용하되 영화와는 다른 맥락에서의 시각적 형상성을 담        태한 절대 존재 빌런이 부와 권력을 독점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처리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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