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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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김명숙_Soul Garden  150×150cm   박미란_아빠의 바다  53x41cm             이강유_등불이 되어줄게  90.9x72.7cm
        Fabric Mixed Media          장지+분채  2021                      Oil on canvas  2023








                          2023. 10. 23 – 10. 29 남산골문화센터 미담관 (T.033-763-9114, 원주)








        원주아트페어_Prologue 특별전                             이 자국의 발전된 산업과 문화를 과시하기 위해 ‘만국박람회’(International
                                                        Expositions)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 배경이 된다. 그로부터 파생된 것
                                                        들이라 할 수 있다. 런던박람회나 파리박람회 등에서 많은 미술작품들이 주
        글 : 이재언(미술평론가)                                  요 컨텐츠로 선보이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눈썰미 있는 사람들은  많은 영
                                                        감을 얻게 된다. 특히 관광에 문화의 옷을 입혀 지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1895년 등장, 비엔날레는 마치 올림픽 시스템처
        현대미술과 ‘아트페어’, 그리고 지역미술                          럼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거대한 게임의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시
        지난 10월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트페어 키아프(KIAF), 바젤과 함께 국제 아    대정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천명한 비엔날레가 쏟아낸 테제와 담론들은 시각
        트페어를 양분하고 있는 프리즈(Freize)가 연합한 서울 <키아프리즈>가 코     문화 트렌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어 미디어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에
        엑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나흘동안 입장객 8만을 헤아렸다. 말이 그       부족함이 없다.
        렇지 하루 2만명이 움직이는 행사라면 대성황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전
        체 매출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쿠사마 야요이 등의 유명작가 고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자본과 손잡은 현대미술은 시장의 새로운 프레
        가작품들이 첫날부터 팔려나갔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임을 창출하게 된다. 대부분 개별 갤러리들의 안목과 마케팅 능력에 의해 작
        짐작되고 있다. 바젤, 프리즈, 피악(FIAC), 쾰른 등의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   가들을 스타덤에 올리곤 했던 영세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거대 자
        다, 우리는 관람하기 위해 대규모 여행단을 꾸려 단체로 출국하는 것을 엘리       본의 기획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젤, 런던, 파리, 쾰른, 뉴욕 같이 금융이
        트 계층들의 호사로 여기곤 했는데, 그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속된 말     나 산업이 발달한 도시들을 배경으로 비엔날레에 필적할 거대 규모의 장터를
        로 잘 나가는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이제 마트에서 구입하듯 살 수 있는 여건       만들어 갤러리들의 박람회를 여는 것이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는 서로 성
        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술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구미         격을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연동돼 있다. 비엔날레의 스타가 곧
        지역의 명문 갤러리나 유명작가들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있음을 확인         시장의 스타가 되기도 하고, 시장에서 스타덤에 오른 작가가 역시 비엔날레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에서도 각광을 받는 상호작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세기 이래 현대미술을 견인하고 있는 두 축(軸)은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장터를 연 주최측은 엄청난 참가비와 입장 수익을 가져가고, 참가한 갤러리
        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 특유의 배타적 취미와 대중에 대한 낯가림에도 불구      들은 영세한 고정 고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의 고객층들에게 자기들이 보
        하고, 비엔날레와 아트페어가 있어 엄청난 대중 동원능력과 흥행력을 발휘하        유하고 았는 참신한 혹은 매혹적인 작가군의 쇼케이스를 수행할 수 있는 기
        고 있다. 다양한 양식과 장르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축제가      회에 도전하는 그런 방식이다. 자본력과 기획력, 방대한 네트웍을 보유한 주
        되는 것이다. 전자는 비교적 비상업적 성격을 띠는 데 반해, 후자는 고도화된      최측은 새로운 시장들을 계속 개척해나가고 있으며, <프리즈 서울>도 개척
        자본과 마케팅으로 무장된 그야말로 첨단의 ‘장터’이다. 20세기 전반은 비엔      의 결실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아트페어는 유럽의 축구 클럽이나 미국의
        날레, 후반은 아트페어의 시대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야구 구단들이 벌이는 리그의 주최측, 즉 기업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개별팀
                                                        은 경기를 통해 부를 창출하게 되는데, 그 판을 ‘리그’라는 이름으로 깔아주는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열강들         것과 흡사하다. 상상 초월의 자금을 동원해 선수들을 사고 파는 것처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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