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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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스며들다(Permeate) 9_Schubert Trio No. 2, Op. 100, Andante con moto, 180×120cm, 아크릴+모래+기타혼합
2025. 11. 4 – 12. 9 갤러리315 (T.02-6743-3370, 장충동)
2025. 11. 4 – 26. 1. 30 9BLOCK ART SPACE (T.02-6743-3370, 가평)
시간이 빚어낸 스며듦의 순간
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시간의 결정체다. 석영과 같은 광물질로 이루어진 모
후후 초대전 래 알갱이 하나하나는 지구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그 무수한 입자들이 모여
해변을 이루고 사막을 만든다. 후후의 작품 속 모래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
하는 매개체가 된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처럼, 모래는 인간의
글 : 이상민(한국작가후원연대 이사장) 태어남과 죽음, 삶의 자화상을 상징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시간 안에 던져진
존재, 즉 현존재로서의 인간은 유한한 시간성 속에서만 자신의 의미를 발견
한다. 후후의 작품에서 모래는 바로 그 유한성과 시간성의 물질적 현현이다.
모래, 시간의 결정체
후후(본명:이효준, b.1965)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스며듦'이 현상학적 스며듦
다. 그는 "클래식에서 나오는 음의 운율과 자신만의 색으로 취한 느낌에서 나 후후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이러한 현상학적 체험 그 자체다. 캔버스에 모래를
온 작업에 오래오래 스며듦"이라고 말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든 자연과 사람 뿌리고 색을 덧입히는 반복적 행위 속에서, 작가의 신체와 물질, 의식과 무의
사이든 모든 관계에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스며듦이란 단 식, 과거와 현재가 서로 스며들며 하나의 작품으로 응고된다. 후후의 작품에
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와 존재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상호침 서 모래 입자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전체로 스며들고, 각각의 붓질은
투하는 철학적 사건이다. 후후의 캔버스 위에서 모래와 아크릴은 서로를 침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투하고, 클래식 음악은 색채 속으로 스며들며, 시간은 공간 안에서 응고된다. 음악과 회화의 교차점
후후 작가의 작품은 시간예술인 음악과 공간예술인 회화가 만나는 지점에 존
후후 작가가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모래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모래는 재한다. 음악은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며 흐르는 순간 속에서 의미를 발생시
0.0625mm에서 2mm 사이의 미세한 입자로, 수억 년에 걸친 풍화와 침식 킨다. 반면 회화는 공간 속에 고정되어 한눈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예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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