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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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山_콘트리트, 레진_350×350×340㎜_2021





            여 입체로 나아가면서 내 작업의 정체성을 알아나가고 있다. 예로, 『Natural   던 시점들과도 연계된다. 산의 표면을 나타내기 위해 디오라마 방법을 사용하
            Mixed』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에 대한 설치 작업이었고, 『Picturesque』는 가  거나 콘크리트가 아닌 시멘트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레진의 무게를 견디는 강
            구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는데, 회화에 기초한 가구      도를 지니면서 레진과 결합력이 좋은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었다. 레진을 선
            작업, 즉, ‘회화적인 가구’가 내 고유의 언어가 된 시점이었다. 이후 회화에서 표  택한 이유와 유사하게 모델링을 통한 산의 모습을 현물로 떠내기 위해 형틀에
            현하던 ‘자연에서의 위안’이라는 감정을 풀어내고자 자연에 안겨 휴식을 취하       넣기 전에는 액체와 비슷한 성질을 띠다가 굳으면 변형 없이 모양이 유지되어
            는 용도의 1인용 소파 『Alocasia』를 만들었다. 이후 『심산』 시리즈를 준비하며   산을 표현하기에 용이하다는 점, 조색을 통해 흑백의 색감으로 산수화의 수묵
            가구 제작에서의 위안과 안식이라는 감정을 이곳에 담아내고자 하였다. 각 시       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된 종합적인 이유이다. 한 번
            리즈별로 목적지가 있는데, 『심산』은 아직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았다. 도착하      에 만들 수 없어 여러 단계를 거치며 적층시켜 제작하다보니 제작 기간이 오
            게 되면 그때에는 좀더 다른 해석이 담긴 작업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미술     래 걸린다. 예민한 재료이기에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데, 재료의 합이 좋아도
            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작업을 하지만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재료가 모두 덩어리여서 무게가 많이 나가 제어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어
                                                            려운 제작 과정 속에서도 재료의 합을 통해 수묵의 느낌을 자아내고자 하였다.
            작가만의 서정적 특성을 이끌어내는 재료 활용에 대해 듣고 싶다.
            『심산』은 능선 사이 가라앉은 운무로 산이 흐릿하게 사라지면서 고요를 이끌       작가는 앞으로 자연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또 다른 소재들을 결합시켜
            어내어 휴식과 평온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적 정서의 산을 표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전시 디스플레
            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우리나라 산의 비율과 배치가 중요해서 산림청 지정         이 구성도 포함된다. 기존에는 부가적 설명 없이 작가의 작품관을 그대로 이
            한국의 100대 명산 중 가장 적합한 산을 채택하여 등고선 지도를 토대로 3D     해할 수 있게 전시 연출이 가미되었지만, 이후에는 작품 자체만을 보여주고자
            Modeling으로 구체화하였다. 투명 안료를 섞어 안개처럼 표현하고자 유리,     부수적 연출 효과들을 걷어내고 자연 풍광이 보이는 창이나 그런 풍경 속에
            아크릴, 레진 등을 고려해 보았는데, 안료와의 혼합성이 좋아 안개의 농도감       작품을 놓아 전시하기도 하였다. 작품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강
            표현에 적절하고 경화 전 형태 변형이 자유로운 레진을 선택했다. 레진은 하       력하기 때문에 연무 효과보다는 공간을 지배하는 빛의 효과를 활용하여 몰입
            단의 산을 표현한 콘크리트와의 결합에 있어 접착성도 좋다. 레진의 굴절과        감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PLAS 2022’에서 가장 기대되는 작가를 만
            반사 덕분에 확장되어 보여서 산의 형상이 깊이감 있게 표현되는 효과를 얻었       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에 애정을 갖고 눈을 맞추고 관람
            을 뿐만 아니라, 안개 낀 산의 모습을 다각도로 바라보며 감상할 수 있는데, 이    객에게 그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안식과 평온도 함께 찾아
            는 산수화에서 여백을 통해 확장성을 연결하는 것과 산을 다각도로 바라보았        주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심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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