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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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브뤼셀 IFA 전시장 심사장면     (우)손홍숙, 자연과 나, 40 x 40cm, 동판 mixed media, 2020 ⓒADA~













            인간 세계 속에 그녀도 그 속의 하나임을 깨닫고 있다. 이런 생태학적 체계를      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감동시켜 화가의 길을 가게 한 것은 결코 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인간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계절, 환경에 따라 다르       화롭고 균형 잡힌 그리스 조각이 아니라 어린 아이의 서툰 그림이나 정신병자
            게 보일 뿐이다. 비로소 그녀는 수없이 ‘갈고 새기는’ 과정을 통해 화폭에 국한    의 솔직한 그림들이었다. 바로 그런 ‘초 인위적 양상’들이 손홍숙 작가의  『자
            되지 않고 ≪시공을 초월하는 생태계≫를 발견한 것이다.                  연과 나』시리즈에 풍성하게 베어 있는 듯싶다.
            필자는, 손홍숙 작가가 한때 종이를 구기고 이를 다시 펼친 다음 주름이 형성      이쯤에서 본론을 정리하자면, 손홍숙 작가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전통적 관
            된 바탕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렸던 시절은 마치 헝가리 계 프랑스 출신의 시      습’에 의해 여러모로 제약을 받아왔던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
            몬 한타이(Simon Hantai)를 연상시켜준다고 확신한다. 1922년 12월 헝가리  가들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해방구’ 차원에서 ‘브랜드 인지도’ 및 ‘시장 경쟁력’
            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미술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1949년 파리에 정착      을 확보해 주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세계 최초로 “EU의 수도”인
            해 <초현실주의> 그룹에 합류한다. 1955년 잭슨 폴록을 비롯한 <미국 추상     브뤼셀에 <조형미술 지식재산 플랫폼>이 구축된 것이다. 때마침 ‘안성맞춤’
            표현주의> 미술가들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의 작품 세계는 <유럽식 서정적 추       격으로 ≪IFA 프랑스 예술·문화원 미술관≫의 개관 기념전에서, 손홍숙 작가
            상주의>에 가까워져 동적이 된다. 1960년부터 그는 액자에 고정시키는 방식      의 작품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벨기에가 낳은 "세계적인 초콜릿 명장"이 기억
            의 그림을 그만두고, 캔버스 천을 구겨 접은 다음 안료를 입히는 방식을 개발      난다. 90년대 초 ≪호텔 신라≫에서 근무하셨던 유명인사 Christian Nihoul
            한다. 이는 회화의 작위성을 줄이고, 예술에서 제스처가 의미하는 바를 재검       씨에게 손홍숙 작가님 작품에 꽂힌 이유를 물어보니, "현재 구상하는 초콜릿
            토하고, 모든 형태의 작품 구성을 실험하기 위함이었다. 시몬 한타이는 아예       에 반짝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답변에 금방 수긍이 갔다. 어쩌면, Christian
            이 <구기고 접는 방식>을 시리즈 작품으로 제작함으로써, 본인의 미학 세계       Nihoul씨는 손홍숙 작가의『자연과 나』시리즈를 대면하는 순간, 3대에 걸친 ‘
            를 보다 체계화시켜 나갔다.                                 초콜릿 장인 가문’이라는 전통을 유산으로 상속 받아오면서 한번도 겪지 못
                                                            했던 ‘감동스런 멋’을 느꼈을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 원초적인 ‘초콜릿 디자인’
            이와는  대조적으로,  손홍숙  작가가  현재  집중적으로  『인간생태계(human   을 연상시켜주는 갈색의 향연에서 대중들을 끌어당기는‘매력적인 맛’을 기대
            ecosystem) 이론』을 ‘회화 세계’에 도입해 천착하는 모습은, <날 것 예술, Art   했으리라. 그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창작이라는 꿈을 먹고 사는 예술인이
            Brut>이라는 다소 생소한 어휘의 ‘원시적 미술’을 창시한 장 뒤뷔페(Jean    라면 누구든지 당연히 이러한 본질에 공감하지 않을지. 아무쪼록 손홍숙 작
            Dubuffet)와 절묘하게 중첩된다. 장 뒤뷔페는 자신이 강조했듯이, “화가가 해  가에게 바라는바, <현대미술시장>이라는 명분으로 ‘이 입맛 저 입맛’을 가리
            야 할 일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지 않고 닥치는 대로 양산해내는 <제과 공장>의 틀과 전형으로부터 초연한 ‘
            것을 보여주는 것” 임을 실천으로 옮긴 화가이다. 바로 현실 세계에 대한 실천     멋과 맛’을 창출해주기를. 아울러서 그녀에게 각기 다른 양상으로 ‘새로운 트
            적 관심, 즉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 세계로 옮기       렌드’를 제시해준 Simon Hantai와 Jean Dubuffet처럼【ADAGP 글로벌 저작
            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발견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처음부터        권자】의 일원으로써,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나가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어떠한 전통적인 관습을 거부했던 그에게는 미술사적 전통이나 문화계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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