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P. 44

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수덕사 대웅전 전경



        수덕사와 '살아 있는 문화재'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벽화에 있다. 이 벽화들은 1937년 대웅전 해체 수리 중
                                                        에 발견되었는데 불행히도 6·25사변 때 소실되었다. 그럼에도 해체 수리 공사
        임천                                              때 임천(林泉) 선생이 30세에 그린 모사도(模寫圖)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준다.
                                                        당시 그린 모사도는 대웅전 내부의 고주중방(高柱中枋) 윗벽과 창방(昌枋) 위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의 포벽(包壁) 등의 공간에 그려진 벽화들과 단청까지 포함해서 모두 40점을
                                                        모사한 것이다. 이 벽화들은 후불 벽화처럼 예배용 벽화는 아니고 건물의 벽면
                                                        사이에 생긴 작은 공간에 그린 장엄용 벽화로서 야생화도(野生花圖), 수생화
                                                        도(水生花圖), 주악비천도(奏樂飛天圖), 나한도(羅漢圖), 삼존불도(三尊佛圖)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덕사 대웅전(修德寺 大雄殿, 국보 제49호)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건물로서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벽화로는 부석사의 조사당 벽화만이 유일하지만, 지금
        안동 봉정사 극락전(鳳停寺 極樂殿, 국보 제15호)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浮     으로서는 그나마 임천 선생의 모사도라도 남아 있어서 수덕사 벽화에 구현되
        石寺 無量壽殿, 국보 제18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오래 된 목조 건물 중 하     었던 섬세한 구성과 정교한 묘사, 능란한 필치, 벽화에 쓰인 색채 등 고려시대
        나이다. 1937년에 해체 수리를 할 때 ‘至大元年戊申四月十七日立柱(지대원년      사찰 벽화의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무신4월17일입주)’라는 묵서명이 발견되어 1308년(충렬왕 34)에 건립되었음
        을 알게 되었다.                                       이토록 귀중한 모사도 2점을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4월13
                                                        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의 주심포 양식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대웅전이      전시된 작품은 동측과 서측 벽면의 고주중방 윗벽에 있었던 벽화를 모사한 것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찾자면 단연 우미량(牛眉樑)과 벽화(壁畵)이다. 우      이다. 모사를 하는 방법에는 복원모사(復元模寫)와 현상모사(現狀模寫)가 있
        미량은 다포형식이나 익공형식에서는 볼 수 없고, 주심포 건물에서만 볼 수 있      다. 이 모사도는 원래의 상태를 그리는 복원모사가 아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는데 말 그대로 소의 꼬리 마냥 구부러진 보를 말한다. 좌우 측면에 각각 세 개    상태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현상모사를 했다. 모사할 당시 황토로 마감한 벽면
        씩 여섯 개가 걸려 있는 우미량의 곡선과 흰 벽을 분할하며 조화를 이루는 세      에 그려진 벽화의 퇴색과 박락된 상태까지 실물이나 다름없이 극사실적으로
        련된 구도는 한국 고건축(古建築)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다.            그려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의 작품을 보듯 생생하다.
                                                        동측 상단의 벽화는 '수생화도'로서 도자기 수반에 연꽃, 부들, 벗풀 등 물에서


        42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