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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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오산동, 116.8x72.7cm, oil on canvas, 2022




         나의 좌표, the Homage of Labor                     뷰처럼 관찰하는 그림, 노동하는 예술현장을 기록하는 영상작업, 이번 전시는
                                                        이중코드로 노출된 누군가의 노동이 작품이 되는 ‘액자구조의 다시보기(Out
         이유치 작가                                         of Frame)’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 ‘나의 좌표=노동의 오마주’란 주제
                                                        속에서 수사적 언어를 배제한 노동하는 삶 자체에 접근한다. 여기서 설정한
                                                        ‘오마주(hommage)’란 단어 역시 존경이나 무게감 있는 예술언어가 아니라,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일상의 노동을 허용해준 보통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의의 표현에 해당된다. 솔
                                                        직담백하게 건져 올린 독백 같은 그림, 작가는 “어떤 작업이 서민일상을 매료
        “노동의 시간을 나의 좌표로 기록한다. 사진으로 기록한 후, 이미지로 변환       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되는 되는 작업, 손은 일종의 현상작용인 셈이다.” - 이유치 인터뷰 중에서
                                                        “우리는 노동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내가 그리는 노동은 우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로역사내 오!재미동갤러리에서는 이유치 개인전 <나         리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적 생계수단에 대한 서사다. 나는 내 그림을 어
        의좌표: Homage of Labor>(6.18~7.16)가 열린다. 이유치 작가는 무심코 지  떤 정치적 해석이나 수사적 언어로 환원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
        나칠 수 있는 일상 노동을 속속히 파고들어 “예술의 가치”를 반문케 한다. 매     해 일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노동은 신성한 단어라기보다 ‘일상의 삶’ 그 자
        일 가는 김밥집 아주머니의 노동이 작품이 되거나, 개인성을 배재한 숙련공의       체이기 때문이다.”
        손이 숭고한 의미로 전환된다. 노동자가 작품이 된 ‘생존’에 대한 일상, 영상작
        가가 기록하고 작가가 재해석해 수반된 ‘노동과 예술의 가치’, 동일한 현상을      최근 작업들은 김밥집 사장님과 정강이 보호대를 만드는 공장 사장님(이하 축
        어떻게 되새기느냐에 따라 생(生)은 여러 변주를 간직한다. 평범한 일상을 특      구사장님으로 표현)의 일상을 담았다. 사진으로 기록된 일상들은 크롭(crop)
        별한 창작으로 변화시키는 이유치의 르포형 필터링은 작가가 관찰자가 된 ‘노       후 페인팅으로 현상된다. 28컷으로 환원된 ‘28개의 시간_목동’ 그림은 ‘지금-
        동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라는 작가의 좌표이자 인식 그 자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간 뚱뚱한 김밥
                                                        을 만드는 김밥집 사장님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서글서글한 ‘엄마집밥’의 표상
        시·공간 좌표로 관찰하는 ‘노동현장 오마주’                        이다. 자주 찾다보니 포착 되는 노동현장(당근썰기, 김밥말기 등)의 생생한 하
                                                        루가 다큐처럼 기록된다. 축구사장님의 기록들에선 문래동 공장들 사이의 낯
        어찌 보면 예술가 본인도 앞날을 예견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된      익은 기계들이 노동현장 자체를 신선하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을 만
        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향유를 위한 예술의 만남, 이유치 작가는 일상의 노동     들고 기록하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 모두의 삶을 다르게 바라보
        을 예술로 전환시킨다. 쓱쓱 그려간 드로잉들 사이로 좌표가 설정되고, 작가       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가는 이런 관찰 과정을 “신선하고 재밌다.”고 표현한
        의 시·공간이 관찰의 기록이 되어 ‘노동을 향한 대화와 논쟁’을 일깨운다. 인터    다. 타인의 하루를 담기 위해선 캔버스에서 벗어나 온전한 하루를 관찰에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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