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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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풍무동, 116.8×91cm, Oil on canvas, 2021           화곡동, 90.9×60.6cm, Oil on canvas, 2021






















                                머무르는 시선, 65.1×53cm, Oil on canvas, 2021  지붕위에서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162×130.3cm, 3piece, oil on canvas




            야한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 타인들의 낯선 반응에 적응하는 과정까       작가가 최근 시도한 ‘르포형 드로잉 시리즈’와 더불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지 노동을 위한 창작에 포함된다. 이를 표현하는데 효율적인 매개체가 비워        것은 ‘스포트라이트=빛’을 강조한 깊이 있는 페인팅 작업이다. 작가에게 색이
            진 공간 사이를 무겁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드로잉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의      란 ‘그림과 주제를 부각시키는 요소’이고, 빛이란 ‘노동 현장을 포커징하는 요
            용도가 예술가의 노동에 의해, 예술작품 그 자체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예술       소’로 기능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해진 손과 거친 발 등을 담은 ‘극한 노동’에
            과 노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사이, 긴장감과 모순이 발생시키는 그        바로크 작품과 같은 빛을 강조하는데, 여기에서 그들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
            접점 속에 ‘노동으로서의 예술’ 혹은 ‘예술로서의 노동’을 바라보는 다층의 의     다. 이른바 노동의 익명성, 작가는 이를 “개인성이 아닌, 노동하는 그들의 삶
            미가 잠재돼 있다.                                      에 대한 진솔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치열한 노동과 만났을 때 드러나는 거칠
                                                            고 진지한 순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주 카메라를 들
            노동하는 예술, 빛으로 치환된 ‘일상-다큐’                        고 수작업이 많은 공사현장을 찾는다. 현장에서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카메라
                                                            에 어색한 반응을 보이면서 ‘굳이 왜 찍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딸 생각이 난
            시간대별로 촬영한 노동사진을 크롭 한 드로잉시리즈는 대부분 오일 파스텔         다며 흔쾌히 허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노동이 전시로 환원됐을 때 초
            로 그려진다. 이유치 작가는 디자인과 미술사, 회화와 드로잉 사이를 넘나드       대에 응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실과 예술의 간극을 극복하는 방식은 ‘현장 노
            는 다재다능한 작가다.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까       동과 기록하는 예술가’를 객관적 코드로 동시에 담아내는 ‘영상작업’이다. 작
            닭에 대중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법에 익숙하다. 하지만 디자이        가가 작업에 몰입하는 이유는 아닐까 한다. 이유치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
            너가 아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서사적 스토리텔링과 미술사에 대한 관       학을 제시한다. 노동 없이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좋은 노동’과 ‘나쁜
            심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리는 것의 관심은 작가 연구로       노동’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안에는 애정이 깃들
            이어졌고, 무게감 있는 아카데믹한 미술보다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일상성을      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세대와 부모세대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지난 10년
            회화적 모티브로 끌어들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서민적이고 진솔한 직업        간의 작업이었다면, 향후 노동 현장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유치 만의 영웅서
            인 택시드라이버였던 아버님에 대한 존경이 현재 작업의 원인이기도 했다.         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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