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3년 05월 이북
P. 47

Ölschrank Superman, 2022,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64×44×10cm







































                                 당신의 숲15, 45.5×37.9cm, Oil on linen, 2023        당신의 숲14, 45.5×37.9cm, Oil on linen, 2023





                                ‘당신의 숲’은 판화적으로 갇혀 있던 사유를 극복해 ‘완전한 페인팅’으로 넘어온 시도이다.
                          최제이는 이미 ‘판화적 모티브’를 페인팅과 결합한 화면으로 사랑받아왔지만, 틀 안에 갇힌 시각을 벗어나고자
                                     ‘마음의 창’과 ‘오브젝트의 변형’을 통해 자유를 향한 갈망을 그리게 되었다.




            극복하면서 ‘내면의 깨달음’이 곧 표현적 회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       란으로 표현하는 감성’을 탑재시켰다. 작가는 끌리는 풍경을 그린다. 가장 많
            었다. 이전의 사진 콜라주가 계획의 실천이라면, 직관의 페인팅은 본인의 삶       은 시간대는 동틀 때 빛이 아직 완전히 산란 되기 전의 시점이다. 세상의 모든
            을 흐르는 대로 표현한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사실성에 기반한 성    색이 나오기 직전, 가능성의 시간을 희망으로 표현한다. 직・간접적 채집을 통
            실함은 시각적 완성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 실제 미술사의 흐름도 재현적        해 바람 덩어리를 붓질로 옮기는 것이다.
            사실주의에서 인상을 머금은 추상으로 확장됐듯이, 최제이의 작품들은 ‘미술
            사에 기반한 페인팅의 전환’ 과정을 삶 속에 수반한 셈이다. 그러하기에 붓이      작가는 색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이유에 대해 전시 명칭이자 작품 제목인 ‘당
            흘러가듯 이어지는 자유로운 형상들은 다차원을 머금은 ‘유토피아의 숲’ 이른       신의 숲’과 연결해 말한다. ‘창작자의 입장=나만의 숲’이 아닌 보는 이들의 마
            바 대안 풍경으로 다가온다. 기존 평면형식의 작품에서 ‘창문’은 안에서 밖을      음까지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풍경이 광범위한 서사의 느낌이
            향한 구조를 지녔다면, 현재는 외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집안으로 연결       라면, 숲은 따스한 경계를 품은 ‘바람 혹은 무언가의 쉼터(Shelte)’ 같은 느낌
            되는 구조를 갖는다. 작가는 형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작업과 연결하는       을 준다. 구상과 추상을 모두 머금은 작품들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양가적
            개념적 탁월함을 놓지 않는다. 소재에서 탈피한 자율은 퍼즐형 구조로서의 은       감성을 모두 품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경계에선 우리 모두를 그린다. 최제이
            유적 자화상으로까지 확대된다. 상징적 사물들이 사라지고 나서 생긴 자유는        의 작품들은 ‘영적 이미지를 담은 시간이 흐르는 그림’이다. 그림엔 모순적인
            ‘붓질이 곧 작가 자신’임을 보여준다. 신체적인 아픔을 딛고 난 이후, 오히려 억   삶을 극복하는 바람의 시간이 담겨있다.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오가는 작
            압된 것들을 탈피하고 싶은 여유가 생긴 까닭이다.                     품 속에서 최제이 만의 미학적 비전이 ‘다양한 관계’를 구축하며 새로운 방향
                                                            성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
            붓질에 담긴 바람의 마음
                                                            “작업은 기록이다.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왜 사는지를 남기는 것이다. 작업을
            바람이 분다. 시간이 흐른다. 붓질이 마음을 담는다. 작가는 <내면적 풍경>보     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내 가치와 존재유무가 불확실하다는 두려움에
            다 더욱 다채로워진 색채표현으로 ‘감성의 색’을 <당신의 숲>에 담는다. 사진     사로잡혔다. 작업이 곧 내 삶의 이유이자 방향성인 까닭이다. 그래선지 나는
            으로 채집한 풍경일 수도, 직접 눈에 담은 풍경일 수도 있다. 제주의 바람에서     동틀 무렵을 좋아한다. 해의 기운이 시작되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경
            큰 깨달음을 얻은 작가는 가상과 현실 어느 풍경을 보더라도 ‘바람을 빛의 산      계의 시간을 그린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45
                                                                                                       45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