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3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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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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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으로 먹었다. 병약한 딸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표현이셨던 개구리 사냥의 결       대로 기름에 텀벙 넣어 튀기는 것이다. 순식간의 일이라 말릴 수도 없었지만,
            과는 토실토실 살이 오름으로 증명했다. 옛 어른들 말씀대로 한방에서는 귀한       통 안에서 바글바글 꼼지락거리던 개구리새끼들에 이미 충격을 받아서 머릿
            약재로도 쓰인다는 개구리 뒷다리이었기에 개구리처방은 꽤 오래 지속된 것         속이 멍한 상태였다. 이게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며 계산은 하고 나왔지만 두
            같다. 이렇듯 개구리 뒷다리의 이로움과 고소한 맛을 알기에, 다들 즐기는 음      고두고 남편과 애들에게 놀림이 되었다.
            식의 하나라고 당연히 여겼다.                                어찌 보면 어릴적 먹은 개구리 보양식의 부작용도 있다. 지금도 집안에서 얌
                                                            전한 걸음새를 하지 못하고 우다닥 걷고 만다. 자랄 때 어쩌다 마루 청소라도
            그런데 중학교 1학년 과학시간에 선생님께서 양서류 이야기를 하시다가 개구        시키면 걸레를 발로 대충 밀고 다했다고 하거나, 대청을 콩콩 오가는 모습을
            리 뒷다리 얘기로 옮아가신 것이다. 입맛을 ‘쩝’다시며 참 맛있다 하셨다. 나 역   보실 때마다 아버지께선 개구리 탓을 하시곤 하셨다. 개구리를 너무 먹여 애
            시 그 맛을 오랜만에 떠올리며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하려는 순간과 동시에 반       가 폴짝대는 거라면서…. 자신들의 선조를 몰살하다시피하고 원망마저 듣는
            애들이 하나같이 “으~ 징그러!”하는 게 아닌가? 60여명 급우들의 반응이 그     개구리의 입장에선 아연실색할 말일 것이다.
            러하니 당황해 시치미 떼고 모른척할 수밖에 없었다. 속으론 진짜 맛있는 데
            를 외쳤지만 말이다. 이 비밀 아닌 비밀은 대학가서야 당당히 공개할 수 있었      개구리는 개체수가 많고 먹이 사슬의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영양도 풍부한 먹
            다. 물론 이때도 시골출신 친구들이 호응해줘 가능했지만 자연스레 개구리 맛       잇감이기 때문에 천적이 많다. 그러나 3억 년간 대멸종 위기를 몇 번을 넘기며
            을 아는 여학생 중 한 명이 되었다.                            살아남은 생존왕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천적에게 대항하기 위한 위장술과 뜀
                                                            뛰기 재능을 소유하고 있어서이다. 개구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근육질의 긴 뒷
            또 어느 겨울,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키장을 찾았을 때다. 지금은 상가와     다리는 위협을 느끼면 단번에 점프하여 천적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몸을 보호
            숙박업소가 빼곡히 들어 차 있지만 그 당시에는 산골에 스키장만 있어 포장마       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구력은 떨어져 오래 뛰지 못해 집
            차가 드문드문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도착해 배도 고픈데 ‘개구리      요한 천적에게 먹히는 것이다.
            튀김’이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옛 추억을 가족과 나누고 싶어 그 포장마차
            앞에 차를 멈췄다. 설렌 마음으로 포장을 들추고 들어가 튀김을 주문했더랬다.      젊은 시절 캠핑을 하며 밤새 들려오던 청개구리 소리에 잠을 설친 적도 있고,
            그런데 상황이 묘하다. 아저씨가 파란 플라스틱 통을 여시더니 체에 뭔가를 퍼      아이들과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했다. 아들, 손
            올리는 것이다. 새끼손가락 마디만한 새끼 개구리들을 밀가루 반죽을 묻혀 그       자, 며느리까지 모여 부르는 대가족의 <개구리>노래도 있어 정겨움을 더한
                                                            다. 그러나 말 안 듣는 아이를 청개구리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 나
                                                            에게 친근한 청머구리들을 잊고 살아간다. 그런데 경칩을 맞아 봄볕을 쬐며 걷
                                                            다가 옛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다.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인협회 회원                            정류장에 내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해간다. 뛰어야 하나 마나 망설이는데,
                      •광주문학 현 편집위원                          “또 뛰어?”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익숙한 말씀이 귓가에 스치듯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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