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3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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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청머구리


        글 : 장소영 (수필가)
















































        진료를 받고 나오니 점심 무렵이다. 햇살만 따스한 게 아니다. 어느새 기온       야 하는데 물살이 무서워 뒷걸음치며 빤히 아버지를 올려다봤던 기억이 엊그
        도 올라 버스 정류장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운동 삼아서 몇 개 정       제 같기만 하다. 아버지의 등에 업혀 물길을 건너다 내려다보면 작은 송사리
        류장을 지나쳐 걷는 데 등 쪽으로 땀방울이 솟는다. 양궁장 옆 과수원에는 하      떼들이 살랑살랑 조약돌 사이에서 물살을 거스르고 있었다.
        얀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풋마늘이 싱싱하게 자라있는 밭고랑에서 흙
        을 고르던 아주머니가 허리를 펴며 “경칩이라고 무자게 덥네~.”라며 지나가       이윽고 건너편 머구리 사냥터에 도착하면, 키 큰 강아지풀을 쑥 뽑아 내 손에
        는 나를 향해 웃는다. 벌써 봄볕에 얼굴은 그을려 활짝 웃는데 치아만 유독       들려주셨다. 그리고 수렵 시대로 돌아간 듯 풀밭이나 논두렁 사이를 죽창으
        희어보였다.                                          로 훑으며 지나가신다. 나는 풋내 가득한 풀 향기에 코를 벌렁대며 행여 아버
                                                        지를 놓칠 새라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녔다. 그러다가 벼나 밀밭 사이에서 튀
        경칩. 땅의 기운이 싹터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24절기 중 하나이다. 농경사회     어 나와 폴짝 뜀뛰기를 하는 머구리를 포착하는 순간, 휙 공기를 가를 틈도 없
        였던 우리 조상들이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던 중요한 절기이기도 하다. 하지       이 장대 작살은 개구리 몸통에 꽂혔다. 큰 대자로 만세를 부르며 개구락지가
        만 경칩하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가 내겐 더 와 닿는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렬한 순간이기도 하다. 몸통을 발로 누르고 뒷다리만 쭈욱
                                                        잡아당기면 가죽은 남기고 싱싱한 살코기만 빠져 나왔다. 그걸 강아지풀에 차
        어릴 적 외가 동네에선 개구리를 청머구리, 개구락지라 불렀다. 꼬맹이였던 나      곡차곡 꿰어 들고 동네로 들어서면 동네 멍멍이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어 킁킁
        를 데리고 아버지께서는 자주 동네 앞 논으로 놀러가셨다. 한 쪽을 송곳같이       대니 아버지께서 나를 안은 채 외가로 돌아와야 했다.
        날카롭게 다듬은 장대를 들고, 딸내미의 손을 꼭 쥔 채 개구리 노래를 가르쳐
        주시며 개구리 사냥을 나간 것이다. 논 쪽으로 가려면 꽤 넓은 시냇물을 건너      들기름에 개구리 다리를 볶아 소금에 찍어 먹거나, 인삼을 넣어 푹 고아 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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