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전시가이드 2023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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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기억 속으로  162x97cm  Oil on canvas






            야 할 것이다.                                        처리하고 있다. 그러면 그 검은색의 비밀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검은색은
                                                            허무, 절망, 정지, 침묵, 부정, 죽음, 죄, 불안 등을 상징한다. 그 검은색은 대상
            소멸과 생성의 변증법적 미학                                 을 표상하는 이미지라고 판독할 수 있다. 엉겅퀴와 야생화가 바람에 흩날려
            김희재 그림의 테마 중 하나로 소멸과 생성, 하강과 상승의 변증법적 그림 편      흩어지는 근원적 상징에 어둠이 기능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어둠
            력의 구도화를 찾아냈다. 그녀의 화폭을 가득 채운 엉겅퀴들은 바람에 흩날        은 지상적인 모든 대상들을 덮어서 완전하게 지워버리는 지우개 역할을 담당
            리면서 시적 언어를 속삭인다. “흩음으로 열매를 맺게 하고, 비움으로 채우게      하고 있다. 이렇듯 그녀가 추구하는 정신적 예술세계는 속세의 모든 것을 완
            하는” ~~곧, ‘꽃잎-열매,’ ‘소멸-생성’이라는 역설적 원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  전하고 정갈하게 지워버리고 새롭게 부활한다. 곧 부재와 부재의 대결을 통
            이다. 이것은 무수한 회의와 좌절, 부정과 절망 끝에 비로소 도달하게 되는 삶     하여 존재로, 부정과 부정의 대결을 통하여 긍정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의 변증법적 과정이기도 하다.                                다. 그리고 그 완결성은 그녀가 역설한바 있는 ‘자아와 세계의 탄생’에 있다.

            산과 바위, 연못과 산모롱이 길                               유(有) 와 무(無), 진(眞)과 속(俗)의 원융(圓融)
            김희재의 그림 테마 가운데 ‘산’은 그 높이에 의해 세속과 동떨어진 신성한 곳     김희재의 그림은 항상 외로움의 끝, 절망과 고독의 치열한 대결에서 탄생한
            이며, ‘바위’는 그 견고성과 내구성으로 인해 응집, 불멸, 영원, 안정 등을 상징  다. 이 치열한 넋의 대결에서 최후에 완성된 끝은 곧 구름 천국의 하강이다.
            한다. 산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중간 지점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축이자 생명       온몸에 흰 구름을 휘감은 그녀는 호접몽(胡蝶夢)의 물아일체(物我一體)된 장
            의 나무, 하늘에 오르는 사닥다리, 대우주의 척추로 상징되곤 한다.           자(莊子)가 아니라, 완결의 끝인 자유로운 영혼 원효(元曉)와 포옹한다. 이는
             화폭 속의 연못은 그녀 심연에 꽁꽁 감추어둔 무의식의 거울이며 자화상이        땅과 하늘과 인간의 하나됨이며 자유의 완성이다.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인
            다. 그녀는 고독한 몽상 속에서 연못을 응시하면서 꿈꾸며 침잠한다. 그녀        간관이 지배하는 현 사회에서, 원효의 마음에 관한 교설인 「대승기신론소」는
            의 연못은 한 점 미동도 없다. 존재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일종의 자기 망       인간이 도달해야 하는 마지막 열반(涅槃)이다. 그가 송장 썩은 물을 마시고 깨
            각 후에, 그녀의 넋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다. 연못은 공간의 세계에서 무       친 사상과 진리는 정부정(淨不淨), 호불호(好不好), 선불선(善不善) 등의 모든
            공간의 세계로, 시간적인 존재에서 무시간적인 존재로 넘어가는 입구라고          차별은 사물 자체가 이원적 부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할 수 있다.                                         속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즉 모든 분별 경계는 객관적인 사물에 있는 것이 아
                                                            니고, 자신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김희재의 최근 그림이 그렇
            검은색의 비밀                                         다. 그녀의 그림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비밀은 마음에 관한 논의, 바로
            그녀의 초중반 작품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색깔은 ‘검은색’의 바탕이다. 그녀      ‘일심의 현상학(一心現象學)’적 예술세계이다.
            는 여름의 풍성한 엉컹퀴와 야생화를 화폭에 담으면서도 검은색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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