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전시가이드 2023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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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스왑  60.5×50cm






                             2023. 9. 28 – 10. 7 갤러리모나리자 산촌 T.02-765-1114, 인사동



         자연의 지문, 혹은 풍경의 지문 같은...                        재를 삼킨 블랙홀 같은. 존재를 낳는 화이트홀 같은. 카오스 같은. 우연하고
                                                        무분별한 생명력의 분출 같은. 파장 같은. 파동 같은. 파문 같은. 자연의 지문
        김연식 개인전                                         같은. 풍경의 지문 같은. 존재의 지문 같은. 에너지와 에너지가 충돌하면서 잇
                                                        대어진 경계 같은.


        글 : 고충환 (Kho Chunghwan 미술평론)                    그림 속 형상치고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대상을 콕 찍어 특정할 수
                                                        있는 형상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oo처럼 보일 뿐인 형상들, 암시적인 형상들,
                                                        잠재적인 형상들, 이행 중인 형상들이 있을 뿐. 형상 이전의 침묵 속에 들끓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같은. 수면에 반짝이는 윤슬 같        계기가 있을 뿐. 형상을 예비하는 형상 그러므로 예비적인 형상이 있을 뿐. 모
        은. 해일 같은. 해류 같은. 기류 같은. 태풍의 눈 같은. 토네이도 같은. 회오리   든 그림은 oo에 대한 표상일 뿐, oo 자체가 아니다. 다만 oo 자체가 되고 싶은
        같은. 녹조 같은. 적조 같은. 수면에 번지는 기름띠 같은. 첩첩한 나무껍질 같    관념이고 헛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이 그림의 운명이고 형상의 숙명이다. 혹
        은. 첩첩한 시간의 켜 같은. 지층 같은. 단층 같은. 등고선 같은. 협곡 같은. 계  작가의 그림은 이런, 그림의, 형상의 운명을 그려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곡 같은. 소금산 같은. 항공지도 같은. 해양 지도 같은. 지질지도 같은. 원석의
        단면 같은. 호박화석 같은. 대리석의 표면 질감 같은. 운석 같은. 유성 같은. 달  작가의 그림은 자연풍경을 연상시킨다. 관념적인 풍경을 연상시킨다. 미시적
        의 표면 질감 같은. 오로라 같은. 빛에 반응하는 자개의 표면 질감 같은. 우묵    인 풍경을 연상시키고, 거시적인 풍경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감각적 실재라고
        한 동굴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불덩이를 안고 타고 흐르는 용암 같은. 화산      알고 있는 자연풍경은 사실은 적정거리에서 본 풍경, 그러므로 우리의 감각이
        같은. 턱턱 갈라진 논밭 같은. 바위 표면에 말라붙은 마른 이끼 같은. 빗물 자    가닿고 의식이 미치는 한에서의 풍경이다. 거시든 미시든 그 거리를 벗어나
        국 같은. 빗물에 씻겨 칠이 벗겨진 벽면 질감 같은. 박락되고 탈색된 시간의      면 추상과 형상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그러므로 추상은 형상을, 형상은 추상
        흔적 같은. 비정형의 얼룩 같은. 파충류가 벗어놓은 허물 같은. 빅뱅 같은. 존    을 이미 자기의 한 잠재적인 본성으로서 품고 있었다고 해도 좋다. 작가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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